#이승호(가명·39) 씨는 최근 여자 친구 부모님 인사를 앞두고 서울 청담동 맞춤 양복점에서 현금 50만원을 주고 양복 한 벌을 샀다. 가격이 부담이어서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를 이용하려 했으나 현금으로 결제하면 10%를 할인해준다는 말에 현금을 지불했다. 현금영수증은 받지 못했다.
#장승엽(가명·38) 씨도 신용카드 대신 현금 결제를 하면 10만원을 깎아준다는 말에 경기도 일산에 있는 한 백화점에서 계좌이체로 캐시미어 코트를 구매했다. 같은 물건을 구입하면서 10만원을 더 주는 것이 아까웠다. 현금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다는 조건도 붙었다.
#이수영(가명·39) 씨는 배달까지 해주는 동네 세탁소에서 현금으로만 거래한다. 신용카드를 내밀면 세탁소 사장이 불편한 기색을 보여 서로 어색하기 때문이다. 종종 신용카드 결제가 안 된다고 다른 사람에게 안내하는 것도 봤다.
누구나 신용카드 한 장 쯤은 있을 정도로 일상 곳곳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탈세 수단이나 가맹점수수료 등을 이유로 여전히 차별 대우를 받고 있다. 예컨대 대표적인 것이 신용카드와 현금 결제 시 상품에 대한 가격 차별이다.
24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 거부나 차별을 이유로 처벌을 받은 신용카드 가맹점은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정적인 증거 확보가 어렵고 현장에서 가맹점주가 부인하면 그만이기 때문에 처벌이 쉽지 않다. 또 신용카드 차별을 적발한다 해도 '주의'나 '경고' 수준에 그친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19조 1항은 가맹점이 신용카드 결제를 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지 못하게 규정했다. 여전법 70조에는 신용카드 가맹점이 신용카드 거래를 거부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제재 근거를 명시했다.
여신금융협회에서는 가맹점의 신용카드 결제 거부에 따른 삼진 아웃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가맹점 해지까지는 산 넘어 산이다. 관련 민원만 한 해 동안 5000건 이상 발생했지만 제재를 하지 못했다. 가맹점주 반발이 극심
업계 관계자는 "여전법 위반이 발생해도 업계가 수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처벌까지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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