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동걸 산은 회장 |
현대상선은 그동안 한진해운에 이어 2위 선사라는 위치에 안주해왔다. 고수익 화물·화주를 발굴하기보다 물량을 영업의 우선 척도로 삼았다. 영업 일선에서는 '물량만 따내면 수익이 어떻든 상관없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무엇보다 물량과 수익을 정교하게 조정할 변변한 컨트롤타워가 없는 것도 문제였다. 구조조정 이후 지속적인 조직개편 과정에서 관리 기능이 일부 상실된 것이다.
이로 인해 현대상선 적자 노선 16개 가운데 7개 노선은 항로 평균보다 고정비가 비쌌다. 여기에 13개 노선은 고정비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영업적인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적자를 개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산은은 분석했다. 산은 관계자는 "애당초 수익이 날 수 없는 수준의 돈을 받고도 화물운반 주문을 체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익성 확보를 위해 산은은 우선 낙후된 현대상선의 하드웨어 개선을 추진했다. 산은은 지난 10월 전환사채(CB) 4000억원과 신주인수권부사채(BW) 6000억원 등 1조원을 현대상선에 추가로 지원했다. 현대상선은 지원받은 돈을 친환경 초대형 선박 발주와 부산항 터미널 지분 인수, 컨테이너 박스 구입 등에 투입할 예정이다. 모두 운용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는 자산이다.
하드웨어 보강을 끝낸 산은이 눈을 돌린 곳은 소프트웨어 혁신이다. 산은 관계자는 "금융 부담도 줄이고 투자도 늘렸으니 이제 사업의 본질인 '수익성'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한진해운 인력 투입도 수익성 강화를 위한 충격요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산은은 외부 인력 투입과 함께 직원 업무성과 평가 방식 개선도 요구할 계획이다. 현대상선은 수익을 얼마나 냈는지가 아니라 화물을 얼마나 많이 확보했는지를 기준으로 직원 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영업부서에서는 수익을 올리지 못해도 화물만 많이 확보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다.
산은 요구로 현대상선은 내년 1월부터 대표이사 밑에 전사적 전략관리를 위한 경영전략실을 신설하고 모니터링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조직개편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노선별 수익성과 전략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컨트롤타워'다.
내년부터 시작되는 해외 선사들과의 노선 재협상도 중요하다. 현대상선은 2020년 4월 1일 2M(머스크·MSC)과 전략적 협력 계약이 종료된다. 전략적 협력 계약을 다시 체결하지 못하면 현대상선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핵심 노선에 참여하기가 힘들어진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내년부터 일찌감치 2M과 전략적 협력 계약 재협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 과정에서 미주 등 핵심 노선 물량을 얼마나 더 확보하느냐가 수익성 개선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상선 입장에서는 2020년부터 노선에 투입될 2만3000TEU급 선박 12척이 협상의 무기다. 화물을 운반하는 선박은 덩치가 클수록 유리하다. 똑같은 짐을 배 한 척에 싣
[이승윤 기자 / 황순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