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본 기사는 12월 19일(09:26)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케이프가 한국토지신탁을 인수하지 못한 원인은 컨소시엄을 이룬 칸서스자산운용의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1260억원의 인수자금 중 500억원을 조달하지 못해 당국 심사를 탈락했다는 판단으로, 칸서스는 최근 손해배상 소송에서 연이어 패소하면서 약 100억원 상당의 자금부담이 발생하는 위기에 처했다. 칸서스자산운용 매각 가격이 인수합병시장에 알려진 약 250억원 상당에서 100억원대로 확 떨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인수작업을 진행 중인 고든앤파트너스는 최근 사태를 파악하고 진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서울고등법원은 케이프와 케이프인베스트먼트가 칸서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약 57억원을 배상하라는 원고승소 판결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액은 2015년 11월부터 연 6% 이자를 더해 지급하며, 수억원의 소송비용도 책임져야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칸서스는 케이프와의 해당 소송 1심에서 승소한 바 있어 비용을 지불할 필요가 없었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히면서 적잖은 비용부담을 떠안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소송 사연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케이프와 칸서스는 한국토지신탁 지분 31.4%를 약 1260억원에 인수하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했고, 한토신 지분 소유주인 아이스텀(SPC+PEF)과 투자협약을 맺었다. 이후 계약금 납입을 위해 케이프가 계약금의 90%, 칸서스가 10%를 냈다. 계약금은 약 63억원으로 케이프가 57억원, 칸서스가 6억원 상당을 부담했으며, 이를 주간했던 법무법인 태평양 계좌에 애스크로 형태로 납부했다. 그런데 컨소시엄은 이후 한토신 인수를 위한 금융당국의 대주주변경신청과정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약기간 연장을 추진하다 아이스텀으로부터 거절의사를 통보받았고, 한토신 인수에 실패하고 말았다. 케이프와 칸서스는 63억원의 계약금도 아이스텀에 몰취 당하는 최악의 결과가 벌어졌다.
이에 케이프는 칸서스가 대주주변경신청 심사과정에서 1260억원에 이르는 한토신 지분인수를 위해 계약금과 함께 총 500억원을 출자했어야 하는데 자금조달에 대한 증빙을 못해 금융당국 심사에 실패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원은 "칸서스가 다른 법인의 한토신 지분 인수추진 등 외부요인으로 인해 자금조달에 실패했다고 주장하나, 당시 투자협약상 자금조달의무를 이행하지 못한 것은 피고(칸서스)의 귀책사유"라며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칸서스는 이번 법원 판결 외에도 지난달 웨일인베스트먼트와의 소송전에도 패소한 바 있다. 지난달 초 서울중앙지법은 웨일인베스트먼트가 칸서스자산운용을 상대로 제기한 20억원상당의 계약금반환 소송에서 원고인 웨일 측의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아이러니하게도 해당 소송은 웨일이 칸서스를 인수하려다 금융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해 벌어진 일이었다. 앞선 소송에서는 케이프와 칸서스가 아이스텀에 계약금을 몰취 당했다면, 이번 소송은 칸서스가 금융당국 승인 지연과정에서 웨일측의 계약금을 몰취해 발생했다. 다만 법원은 웨일 측이 대주주변경 승인을 위해 요건을 대부분 갖추는 등 귀책사유가 없다고 판단해 칸서스의 계약금 몰취를 인정하지 않았고
한편, 칸서스가 직접적인 소송 배상가액만 77억원에 이자 및 소송비용까지 일부 책임질 상황에 처하자, 우선협상대상자인 고든앤파트너스는 인수작업 진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든측은 칸서스지분 약 77%를 인수하려했던 가격은 약 25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