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식품 새 주인이 대만계 식품·물류·유통 1위 업체 퉁이(統一)그룹으로 결정됐다. 20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웅진식품 지분 74.75%를 보유한 사모투자펀드(PEF) 한앤컴퍼니는 지분 전량을 대만 식품·유통기업인 퉁이그룹에 2600억원에 넘기는 주식양수도계약(SPA)을 이날 맺었다. 이번 인수전은 식품 분야 대만 내 1·2위인 퉁이그룹과 왕왕그룹, 그리고 국내 현대그룹의 3파전으로 시작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대만계 두 회사의 치열한 가격싸움으로 바뀌었다.
뤄즈셴 퉁이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동남아시장에 진출한 지 10년이 지났으니 이제 동북아시장에 나설 때가 됐다"며 "한국 인구는 5000만명 정도이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3만달러여서 (퉁이에) 적당한 시장"이라고 밝혔다. IB업계 관계자는 "퉁이가 안전이 중요한 먹거리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동남아와 중국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계산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 타이난시에 본사를 두고 1967년 설립된 퉁이그룹은 식품제조와 함께 유통, 물류 등 사업을 하고 있고 대만 전역과 중국 상하이 등에 스타벅스, 세븐일레븐 운영권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야구팬들에게 친숙한 대만 프로야구 퉁이 세븐일레븐 라이언스(옛 퉁이 라이언스) 모기업이기도 하다. 연결기준 작년 매출은 3999억대만달러(약 14조6000억원)이고, 순이익은 600억대만달러(약 2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IB업계에서는 당초 2000억원대 초반 가격을 예상했다. 이 같은 예상과 달리 2000억원대 중반까지 가격이 오른 것은 매각주간을 맡은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마지막까지 퉁이그룹·왕왕그룹을 오가며 프로그레시브 딜(가격 경쟁을 붙여 인수후보를 정하는 방식)을 잘 중재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웅진식품은 웅진그룹이 1987년 동일산업을 인수한 뒤 1996년 상호를 바꾸면서 탄생했다. 1990년대 중·후반 '아침햇살' '초록매실' 등 히트상품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국내 음료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그러나 웅진그룹이 인수한 극동건설이 2012년 부도를 맞아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웅진식품은 2013년 9월 PEF 한앤컴퍼니에 약 950억원에 매각됐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 인수 후 4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현재 지분을 확보했다. 이후 대영식품, 동부팜가야 인수 등을 통해 웅진식품의 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기업 실적 개선에도 공을 들였다. 인수기업에 다른 기업을 추가로 인수·합병(M&A)해 붙이는 '볼트온 전략'을 쓴 셈이다.
한앤컴퍼니는 웅진식품에서 강점을 보이는 사업을 적극 확장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포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물류비가 많이 드는 냉장주스 사업이나 재고 등의 비용 문제가 발생한 두유 사업을 포기하는 대신 2015년부터 착즙주스 사업에 힘을 기울여 해당 업계 2위에 올랐다.
웅진식품은 연결기준으로 2016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15억원, 145억원을 기록한
한편 한앤컴퍼니가 웅진식품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만큼 다른 회사 매각에도 청신호가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한앤컴퍼니는 유행을 타는 업종보다는 꾸준히 갈 수 있는 업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조시영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