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금융감독원은 파생결합증권 판매사 38곳을 대상으로 한 판매현황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은 80대 이상이 1억7230만원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했고 70대 1억230만원, 60대 7530만원 등 연령대가 높을수록 투자금액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연령대별 투자금액을 보면 50대가 14조5000억원(30.7%)으로 가장 많고, 60대 12조원(25.4%), 40대 8조7000억원(18.4%), 70대 5조9000억원(12.5%), 30대 이하 4조2000억원(8.9%), 80대 이상 1조8000억원(3.8%)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이에 대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ELS 등이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할 노후자금의 투자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ELS는 원본손실이 발생가능한 고위험 상품으로서 투자 시 투자자 유의사항을 충분히 숙지한 후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고령층이라고 근로소득이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근로소득보다는 노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며 "노후자금은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하는데 고령층이 노후자금으로 추산되는 자금을 고위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금감원이 우려하는 대목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손실규모가 커지는 이른바 꼬리위험(Tail Risk)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지수형 ELS가 녹인(Knock-in)구간 밑으로 내려간 후 지수가 만기까지 회복이 안 돼 원금손실이 발생한 경우는 없다. 다만 최장 3년에 이르는 만기까지 자금이 묶이고 손실에 대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PB팀장은 "ELS는 다른 고위험 금융상품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수익이 크지는 않으면서 하방 위험은 완전히 뚫려 있는 구조라 고객들에게 권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ELS 등 파생결합증권에 대한 고령층의 신규 투자는 꾸준히 유입된다. 연령대별 투자자 가운데 파생결합증권에 처음 투자한 신규 투자자 비중은 60대 22.0%, 70대 19.0%, 80대 이상 20.0%로 조사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는 돈이 있어야 할 수 있는 만큼 젊은 층보다는 자산이 있는 고령층에서 투자 금액이 많아질 수 있다"면서도 "나이가 많다고 정보가 부족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ELS 등에 처음 투자하는 고령층이 파생상품의 구조나 리스크를 정확하게 인지하고 투자하는지에 대해 합리적 의심을 할 만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체 투자금액의 75.8%가 은행신탁을 통해 판매됐다는 점에서 '불완전 판매'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판매방식 조사에 따르면 은행신탁 판매에 이어 증권사 판매(12.3%), 펀드(9.7%)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은행창구에서는 투자 권유가 비교적 쉽게 이뤄지는데, 안정적 투자 성향의 고객들이 은행 직원의 투자권유로 고위험 상품인 ELS 등 파생결합증권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은행 직원의 적극적인 투자 권유로 발생될 소지가 높은 불완전판매를 사전에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른 금융상품에 비해 높은 수수료를 받는 ELS가 은행 직원들의 실적 압박 때문에 고객들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판매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다. 금융회사가 ELS를 판매할 때 받는 수수료는 은행신탁 형태는 1%, 증권사 채널은 0.3~0.5%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ELS는 조기상환될 경우 6개월에 한 번씩도 만기가 돌아오기 때문에 재투자를 권해 수수료를 계속 올리기에 좋은 상품"이라고 말했다.
안정적인 투자 성향을 보이는 고령층이 ELS 투자에서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감원은 고령투자자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감원은 "ELS는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으로 투자 시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니고 중도환매 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며 "70대 이상 고령 투자자와 투자 부적격 투자
투자자 숙려제도는 70세 이상 고령투자자 등이 최종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 전까지 2영업일 이상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제도다. 금감원 관계자는 "투자자들도 기본적인 사항은 알아야 하기 때문에 전수조사를 통한 자료를 내게 됐다"고 밝혔다.
[김제림 기자 / 정석환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