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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13일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을 대상으로 진행한 IR미팅에서 반도체 업황과 관련해 설명한 내용이다. 실적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다음날 10개 증권사는 개장 전 일제히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와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반도체 업황 둔화에 대한 우려를 표시했다. 이들은 올해 4분기 실적 전망치를 평균 15.1% 내렸으며, 내년 실적 전망치도 약 1.8~17.4%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평균 7.3% 내렸다.
이 같은 실적 전망 하향 조정에는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에 육박하는 비율을 차지하는 반도체 부문의 부진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연말 정보기술(IT) 수요 둔화가 감지되면서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 반도체 주문량 감소가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데이터센터 업체의 서버용 반도체 구매가 지연되는 점 등이 반도체 업황 둔화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 체포 이슈와 캐나다인 구금 등으로 미·중 무역협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적 전망에 대한 보수적 관점이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 주요 스마트폰의 판매량 둔화, 인텔 중앙처리장치(CPU) 공급 부족으로 인한 PC 판매 둔화 등도 작용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반도체 부문의 영업이익이 가격 하락과 출하량 부진으로 전 분기보다 26%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발생한 인텔 CPU 공급 부족과 국내외 클라우드 서버 장애 등이 반도체 하락 사이클 초기의 수요 급감을 부추겼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급작스러운 수요 하락은 구매자들의 D램 가격 하락 기대감을 키우고, 이는 또 다른 구매자의 재고 축적 수요 지연으로 이어지며 수요 둔화의 폭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다운사이클에서 삼성전자 주가의 저점은 내년 예상 주당순자산가치(BPS)에 0.94~1.02배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적용해 나오는 3만원대 중후반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반도체 시황이 언제쯤 바닥을 찍고 회복세로 돌아설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상당수 반도체 애널리스트들은 삼성전자 내년 1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예상한다. 어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1분기 실적이 바닥을 기록한 뒤 성수기에 진입하는 하반기에 수요 회복이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주가도 내년 1분기까지 실적 악화는 이미 충분히 반영됐으며, 수요 회복 신호가 나타나면 내년 상반기부터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러나 반도체 사이클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빠른 데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로 이를 낙관하기 어렵다는 비관론도 만만치 않다. 기존 예상보다 수요가 부진해 반도체 재고가 쌓여 있는 상황을 주목한다. 수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기존 재고에 추가 생산량까지 더해지기 때문에 반도체 공급이 넘쳐 나는 상황이 하반기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14일 삼성전자 주가는 1년9개월 만에 3만원대로 떨어졌지만, 같은 D램 업체인 SK하이닉스 주가 낙폭은 더욱 컸다. 전일 대비 5.65% 하락한 6만1800원을 기록했다. 불과 반년 전만 해도 장중 9만7700원을 기록하며 10만원대
타격은 반도체 부품·소재주로 확산됐다. 반도체 제조용 특수가스를 판매하는 SK머티리얼즈와 하나머티리얼즈 주가는 각각 2.82%, 7.09%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를 생산하는 원익IPS 주가도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57% 내렸다.
[조희영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