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일각에서는 더딘 선가 회복세나 원재료 가격 상승, 해양플랜트 수주 부진 등으로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한 달간 금융투자 주체 중 외국인 투자자는 현대중공업 주식을 405억원어치(29만7981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대우조선해양 주식도 578억원(164만7032주)어치 더 사들였다. 최근 업황 호조로 전 세계 LNG운반선 발주 63척 가운데 53척을 국내 조선 3사가 수주하는 등 선박 수주가 증가하면서 외국인들의 매수세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맏형으로 꼽히는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LNG운반선 25척을 비롯해 컨테이너선 50척, 탱커 51척 등 모두 146척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액의 95%를 달성했다. 현대중공업 개별로만 수주 실적을 계산해도 지난달 말까지 총 53척으로 전체 수주 목표액 68억달러 중 62억달러(약 91%)를 채웠다.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13척을 포함해 총 44척을 수주해 수주금액 54억달러를 올렸는데, 이는 올해 수주 목표액인 82억달러 대비 66%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날까지 올해 LNG운반선 15척 등 총 43척, 62억2000만달러 상당의 선박을 수주해 목표 73억달러의 약 85%를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LNG운반선에 대한 수요는 과거 몇 차례 사이클을 탔는데 최근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LNG가 각광받으면서 당분간 LNG선에 대한 강한 수요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 메리츠종금증권 기업분석팀장은 "LNG 수요와 공급이 모두 증가하는 사이클을 타면서 LNG선박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전 세계 LNG 물동량은 2012~2015년 연평균 성장률이 0.3%에 그쳤지만, 지난해부터는 10% 안팎 성장세를 보였다. 최근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40년까지 세계 천연가스 수요가 연평균 1.6%씩 증가하고, 2017년보다 약 45%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 친환경 정책에 발맞춘 준비와 오랜 기간 축적된 LNG 관련 기술력 등이 앞서있는 점도 국내 조선사에 유리하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0년부터 선박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서 LNG를 연료로 쓰는 LNG 추진선도 늘어나는 추세다. IMO에 따르면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을 기존 3.5%에서 0.5%로 낮춰야 한다. 이를 위해 조선업계는 탈황장치(스크러버)를 달거나 LNG 추진선 발주를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자체 스크러버 장비를 개발해 영업하고 있다.
올해는 부진한 성적이 예상되지만 올해 수주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다시 반등세를 보일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3사 이상 전망치 평균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12조8815억원, 영업손실은 3306억원이다. 올해 수주 성과가 반영되기 시작하는 내년 하반기부터는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내년 예상 매출액은 13억6497억원, 영업이익은 398억원이며, 2020년에는 매출액 15조5335억원, 영업이익 4283억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은 조선업계가 과거 호황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예단하기 어렵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가 늘어난 것은 맞지만 이익도 같이 늘어날 것인지는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익이 늘어나려면 선박 가격이 올라야 하는데 선가 회복세는 더딘 편이다. 선박 가격의 지표 역할을 하는 클락슨 선가지수는 올 11월 130포인트를 기록했다. 2004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심지어 조선사들의 재무 상황이 열악했던 2014년에도 평균 선가지수가 138포인트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낮은 편이다.
반면 선박 제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는 후판 가격은 2004년 이후 65% 상승했다. 후판만 고려해도 원가가 13% 오른 셈이다. 선가가 오르
해양플랜트 부문에서 수주는 거의 전무한 것도 우려되는 포인트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10월 미국 석유개발사에서 5000억원 규모 선박을 4년 만에 수주한 게 유일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해양플랜트 2기를 수주한 이후 올해는 수주가 없으며, 대우조선해양도 2014년 이후 수주가 없다.
[조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