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보험사 최고경영자의 하소연이다. 정부가 금융사 서비스 가격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면서 시장 왜곡이 생기고 이는 금융사뿐 아니라 고객들의 피해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1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료 연내 인상은 사실상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와 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들이 보험개발원에 의뢰한 요율 검증에 대한 확인서를 최근 받았지만 고객별 인상률을 계산해 이를 연내에 적용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것이다.
자동차보험료를 올릴 때 보험개발원 검증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가구가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만큼 인상률이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와 금융당국의 관심이 높다. 이에 따라 '제3자'의 객관적인 판단을 받는 차원에서 중·소형 보험사뿐 아니라 대형사들도 의뢰를 맡긴 것이다. 요율 검증은 지난달 시작됐지만 보완사항 등이 나오면서 이제야 결과가 나왔다.
업계는 자동차보험료 인상 요인이 최소 7~8% 이상이라고 보고 있다. 연말 들어 손해율이 90%를 넘어서면서 수익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3억원의 적자를 기록하며 대규모 적자를 간신히 피했던 자동차보험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가 2044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지난 6월 표준 정비요금이 현재보다 평균 2.9% 올라가게 됐다. 정비요금 인상분은 전액 보험사 수익에 영향을 주는 구조다.
정부의 눈치를 본 보험사들이 타협으로 제시한 인상률은 3%다. 급한 불부터 끄는 차원에서 정비요금 인상분 일부와 손해율에 따른 인상 요인 일부만 반영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초에 3% 수준으로 보험료율을 일단 올리고 이후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인상을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정부 눈치를 보다 결국 동결한 실손보험 전례를 따르지 않겠다는 각오다.
신용카드사가 처한 어려움은 더욱 크다. 지난달 말 정부는 카드 수수료 종합개편방안을 발표하며 1조4000억원의 수수료를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체 카드업계 당기순이익이 1조2268억원인 것을 감안할 때 단순하게 수익감소분 1조4000억원을 빼면 전체 카드사가 적자에 빠지게 된다.
정부의 수수료 개편 방안으로 우대수수료를 적용받는 영세·중소 가맹점이 전체 93% 이상이 된다. 당초 영세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수수료 개편은 연매출 500억원 이하의 가맹점까지 포함했다. 일부 대형마트나 백화점을 제외한 대부분 가맹점이 혜택을 받는 것이다.
카드사 수수료 인하는 카드업종 종사자들의 고용 한파로 이어지고 있다. 주요 카드사들이 모집인 규모를 현재의 절반 가까이 줄이고 있다.
텔레마케팅과 서비스를 축소하면서 콜센터 인력도 20~30%가량 줄인다는 계획이다. 영세 자영업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주지 못한 카드 수수료 개편이 카드사에는 부정적인 고용 여파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네북' 신세인 카드사는 자동차 보험료 인상률을 낮추는 수단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동차보험을 신용카드로 납부하는 경우 결제 수수료율을 제한하는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자동차보험을 카드로 납부하는 비율이 70%를 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줄여 보험료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신용카드사들에 또 다른 수익 악화로 돌아가게 된다. 서민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추진되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도 다양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정부는 올해 초 법정 최고금리를 27.9%에서 24%로 인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최고금리를 20%까지 내리겠다고 공약했고, 이는 임기 내에 완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또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 시 저축은행 대출금리를 최고금리 이내로 자동 인하되도록 조치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최고금리가 인하되면 기존 차주의 대출금리도 자동으로 내려가게 된다. 다만 표준약관이 개정된 지난달 1일 이후 체결한 신규
한 저축은행 고위 관계자는 "이르면 내년 최고금리가 20%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며 "기존에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를 이용하던 저신용자나 서민층은 앞으로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가 거의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승훈 기자 / 김강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