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재건축 부담금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재건축이 지연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우성 1·2·3차 아파트 전경. [매경DB] |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초과이익 중 최고 50%까지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가 주원인이다.
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일대일 재건축을 주장하는 대형 면적 소유자들과 그렇지 않은 다른 주민들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지난 1일 잠실우성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남포교회에서 개최한 주민총회에 상정한 △조합 설립 법적 동의율 미달 동에 대한 토지 분할 건 △신임 추진위원장 선출 건 등이 모두 부결됐다.
9일 추진위에 따르면 '조합 설립 법적 동의율 조건에 미달한 2개 동에 대한 토지 분할 건'에 대해 참석 조합원 1289명(서면 동의 포함) 중 626명이 찬성해 과반을 채우지 못했다. 반대는 221표로 찬성 표가 400표 이상 많았지만 무효·기권이 442표나 나와 부결됐다.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대형 면적 위주인 12동과 13동을 토지 분할해 배제하고 다른 동 조합을 먼저 세우겠다는 추진위 측 '플랜B' 전략도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결국 1842가구 규모인 송파구 대규모 단지 재건축은 제대로 시작도 해 보기 전에 암초를 만나면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의 강력한 재건축 규제와 최근 아파트값 하락으로 강남 알짜 재건축 단지 곳곳에서 파열음이 일고 있다는 분석이다.
재건축 조합을 설립하려면 전체 조합원 중 75%, 각 동에서 절반 이상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 전체 조합원 동의율은 82%(상가 100%)로 조건을 충족했지만 총 26개 동 중 12동과 13동 조합원 동의율이 30%대에 머물러 조합 설립이 불가능한 상태다. 12동과 13동은 이 단지에서 가장 넓은 전용면적 160㎡(52평형) 타입으로 구성돼 있다.
대형 평수 조합원들은 '291.26% 용적률·7% 기부채납·최고 35층'으로 요약되는 정비 계획에 반대하면서 일대일 재건축을 주장하고 있다. 일대일 재건축을 진행하면 일반분양 수익이 없어 재건축 부담금은 높아지지만, 임대아파트 등 기부채납을 하지 않아도 되고 용적률·건폐율을 낮춰 주거 쾌적성이 높아진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무엇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수억 원에 이를 수 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금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주민총회에서 함께 진행된 신임 추진위원장 선출 투표는 일대일 재건축 찬반 측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A후보는 일단 재건축 조합을 먼저 설립하고 일대일 재건축 여부는 나중에 논의하자고 주장했고, B후보는 일대일 재건축 등을 반영해 현재 정비 계획을 먼저 수정해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결과는 총 1289명 중 A후보가 585표, B후보가 539표를 얻어 둘 모두 과반을 획득하는 데 실패했다. 일대일 재건축 이슈를 중심으로 현재 정비계획안에 대해 조합원들이 반반으로 나뉘어 대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제 잠실우성이 재건축 사업 절차를 재개하려면 12·13동 조합원 중 24가구 이상이 마음을 바꿔 조합 설립에 찬성하거나, 정비 계획을 바꿔 원점에서 다시 조합원 동의를 받아야 한다. 현재 상황에서 둘 모두 실현 가능성이 낮다.
유재창 잠실우성 추진위원장은 "지난 1일 열린 총회에서 토지 분할 건이 부결되고 일대일 재건축 주장이 거세지면서 사실상 재건축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놓였다"며 "지난해 말에는 재건축에 대한 주민들 의지가 강했으나 정부가 재건축 부담금을 매기고 최근 아파트값마저 떨어지면서 '이대로는 못한다'는 의견이 거세졌다"고 설명했다. 또 유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정비 계획을 바꿔 다시 조합 설립 동의를 받겠다는 것은 재건축을 하지 않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일단 조합을 먼저 만들자고 12·13동 조합원들을 설득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1981년에 지은 잠실우성 1·2·3단지는 아시아선수촌아파트와 탄천 사이에 위치한 1842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다. 강남 대표 업무지구로 떠오르고 있는 삼성역과 가깝고, 아주초·아주중, 정신여중·고 등 주변 학군도 뛰어난 편이다. 다만 오랜 기간 실제 거주하고 있는 소유주가 많다는 점은 재건축에 속도를 내는 데 약점으로 꼽혀 왔다. 여기에 정부의 각종 재건축 규제와 9·13 부동산 대책 이후 아파트값 하락이 반짝 피어올랐던 주민들의 재건축 의지를 꺾었다는 분석이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