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표준감사시간제 실무를 맡은 한공회 표준감사시간위원회는 자산 2조원 이상 기업에 대해 2018년도 회계감사 시간을 2배로 확대하는 방안과 함께 자산 규모가 작은 기업에 대해서는 단계적으로 감사 시간을 조정·적용하는 '표준감사시간 가이드라인'을 확정했다.
표준감사시간제는 지난해 개정된 외부감사법이 담고 있는 회계개혁의 두 가지 핵심 방안 중 하나다.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을 기업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금융당국이 정해주는 '주기적 감사인지정제'와 일정 시간 이상의 감사 시간을 보장하는 표준감사시간제는 기업의 감사 품질을 향상하기 위한 혁신안이다. 주기적 감사인지정제가 회계법인이 기업 영업 등으로 보장받기 어려웠던 회계 독립성을 담보한다면 표준감사시간제는 회계사가 충분히 회사 재무와 사업 내역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다만 상장사협의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 외감 대상 기업에서는 회계개혁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일시에 감사 시간을 2배 이상으로 늘리면 기업 부담이 크다며 급격한 감사 시간 상승에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이에 한공회는 대기업은 내년도 회계감사부터 바로 개혁안을 적용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표준시간 적용을 일부 유예하는 방식의 절충안을 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주기적 지정제와 함께 표준감사시간제가 제대로 도입되지 않으면 회계개혁의 큰 축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비용 부담이 작은 대기업에 먼저 적용함에 따라 중소기업에는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합리적인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간 국내 회계업계는 너무 낮은 감사비용과 감사 시간으로 회계 독립성·투명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예컨대 국내 회계감사 시간은 미국에 비해 30%, 감사비용은 10% 선에 그치고 있다. 회계업계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매출액 1000억~5000억원 기업은 미국에서는 연평균 5300시간의 감사에 보수 9억3000만원을 지불했다. 반면 국내는 1050시간에 7992만원에 불과하다. 감사 시간은 미국의 20%, 보수는 8.5%에 그친다. 매출 1조원 이상 5조원 미만 기업도 미국은 9059시간에 20억원을 부담했지만 한국은 3490시간에 2억7500만원에 그쳤다. 시간은 미국의 38%, 보수는 13.8%에 불과했다. 한 회계사는 "삼성전자는 한 해 약 35억원의 비용으로 감사하지만 경쟁사 애플은 110억원이 넘어간다"며 "사업 구조를 보면 삼성이 훨씬 복잡한 만큼 보다 많은 시간과 그에 따른 비용이 사실 당연하지만 국내 관행은 이에 못 미쳐 회계개혁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에는 부담을 다소 유예한 만큼 정부의 회계개혁 의지가 더 이상은 꺾이지 않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공회는 기업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외감 대상 기업을 크게 5개 그룹으로 나누고 표준감사 시간 적용 기업을 구분할 계획이다. 먼저 그룹1은 개별 자산 2조원 이상 상장 대기업, 그룹2는 그룹1이 아닌 상장기업이 속한다. 그룹3은 개별 자산 1000억원 이상 비상장 선도기업, 그룹4는 자산 500억원 이상 1000억원 미만 비상장 일반기업, 그룹5는 자산 500억원 미만 비상장 소규모 기업이 대상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그룹1에 속하는 자산 2조원 이상 대기업은 약 150곳으로, 해당 기업은 내년부터 감사 시간이 2배 이상 늘어나게 된다. 그룹2는 대기업을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기업 2000여 곳으로 표준감사 시간 충족에서 일부 유예를 받는다. 이들 기업은 2018년도 회계에서는 80%, 2019년도 90%, 2020년도에는 100% 등 표준감사 시간 충족과 같은 식으로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받는다.
한공회는 비상장기업인 그룹4·5 등은 내년부터 당장 적용을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자산 규모가 500억원 미만으로 작은 기업에는 표준감사 시간을 2019년·2020년 회계 등
한편 한공회는 중소기업 적용 유예를 골자로 한 '표준감사시간제 가이드라인'에 대해 이달 중순 공개 공청회를 열 예정이다. 한공회는 공청회를 통해 회계업계와 기업, 금융당국 의견 등을 반영해 표준감사시간제 규정을 공표하고 2018년도 회계감사가 이뤄지는 내년 3월부터 일선 업계에 시행되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펼칠 계획이다.
[진영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