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이더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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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은 지난 20일 일본 소프트뱅크 비전펀드에서 20억달러(약 2조25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2015년 소프트뱅크가 10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3년 만에 더 큰 규모 재투자가 단행된 것이다. 이는 국내 이커머스 업계 투자는 물론 국내 인터넷 기업 투자 유치 사례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쿠팡은 신규 투자금을 물류 인프라스트럭처 확대, 결제 플랫폼 강화, 관련 소프트웨어 개발 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사상 최악인 6388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자본잠식에 빠진 쿠팡에 신규 자금이 수혈되면서 국내 이커머스 업계에서는 치킨게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자연스레 이커머스 회사에 지분을 투자한 사모펀드 업계도 초긴장 모드다.
한 사모펀드 대표는 "쿠팡이 자금난을 겪으며 시장에 매물로 나오는 시나리오를 예상했는데 정반대가 됐다"며 "이제 본격적인 생존게임이 시작돼 장기적으로는 살아남은 큰 회사들 위주로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6월 사모펀드운용사 H&Q코리아는 SK텔레콤 자회사 이커머스 전문업체인 '11번가'에 5000억원을 투자했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도 지난달 말 신세계그룹 '쓱닷컴'에 1조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티켓몬스터를 보유한 KKR와 앵커에쿼티파트너스의 다음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메신저 플랫폼을 등에 업은 카카오 역시 다음달 카카오커머스 분사를 통해 일합을 겨룰 준비를 끝마쳤다. 신선식품 배송으로 급성장하는 '마켓컬리' 인수를 타진하기도 한 카카오는 지분 투자 등에 열려 있다는 공식 입장을 이달 초 밝혔다.
치킨게임 종착역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이베이옥션·쿠팡·11번가·티몬·위메프 등 기존 이커머스 업체의 치열한 경쟁에 더해 신세계와 롯데 등 전통 유통 강자까지 온라인 시장 강화를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춰 발 빠르게 투자할 수 있는 실행력과 자금력이 관건이다.
여기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국내에 진입할 가능성이 늘 열려 있다는 점도 관건이다. 간편결제를 비롯한 플랫폼과 신선식품 등 콘텐츠를 비롯한 다양한 방면에서 경쟁자를 압도하지 못하면 그 누구도 승자가 되기 어려운 모습이다. 사모펀드 업계에서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매서워 '끝까지 버티면 큰돈을 번다'는 시각을 갖고 있다. 쿠팡만 보더라도 2014년 매출이 3485억원에 불과했으나 2015년 1조1338억원, 지난해 2조6814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5조원 매출이 기대된
4년 만에 14배 급성장한 것이다. 올해 100조원인 국내 이커머스 시장이 얼마나 더 커질지 예측하기도 힘들다. 특히 인구밀집도가 높고 소비자 요구 수준이 높은 한국에서 성공하면 같은 사업모델을 아시아 다른 도시에 접목할 수 있어 '먼 미래'를 보고 투자를 진행한다는 시각도 있다.
[조시영 기자 /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