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창업으로 국내 P2P 대출업체가 200곳에 육박하는 가운데 10곳 중 1곳 이상은 금융감독원이 사기·횡령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 정보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옥석 가리기'가 필요한데도 영세 업체가 난립하면서 허위 상품을 활용한 사기·횡령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기·횡령 업체들이 투자자 자금을 유용한 금액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1000억원이다. 실제 피해자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으로 금감원은 전망했다.
금감원은 19일 이 같은 'P2P 대출 취급실태 점검 결과 및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 3월 P2P 연계 대부업자 감독·검사권이 부여된 후 6개월간 연계 대부업자 178곳에 대한 대출 취급 실태를 점검한 결과다. 금융당국은 플랫폼 업체인 P2P 업체를 직접 감독·검사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대부업자들을 통해 간접 조사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해자가 수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20개 회사에서 유용한 금액이 1000억원 이상인데 보수적으로 잡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검찰 수사 결과를 두고봐야겠지만) 10위권 내 업체 중 문제가 있다고 보는 곳도 추가로 있다"며 "현재 추가로 검사 중인 곳도 있고 향후 10곳 이상을 더 검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점검 결과 사기·횡령 혐의가 포착된 20개사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거나 경찰에 수사 정보를 제공했다.
사기·횡령 유형은 대부분 허위 매물을 이용해 투자자를 모집한 건이다. 이른바 '허위 상품' 유형이다. C펀딩은 포천과 경북 예천의 공정률 0%인 허위 PF사업장 사진을 올려놓고 사업장으로 속여 투자자를 모집했다. D펀딩은 가짜 골드바 사진을 올려 대출담보로 활용했고, 직원이나 친구를 허위 차주로 내세워 투자금을 모집·편취한 사례도 있었다. '허위 공시' 유형도 있다. E펀딩은 부동산 담보권과 태양광발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서 보유한 것으로 허위 공시하거나 중요 사항을 누락하는 등 부실 공시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회사 관계자들이 투자금을 마음대로 쓰는 '자금 유용' 사례도 적발됐다. 모집한 투자금을 다른 대출 돌려막기나 사업 운영비 등에 유용한 사례다. 소유주 주식 투자나 가상화폐 투자에 사용한 곳도 있었다.
전문가들은 P2P 대출 상품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금융상품처럼 투자자 원금이 보호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P2P 플랫폼에서 상품을 보고 투자금을 이체하면 해당 자금은 P2P 연계 대부업자를 통해 차입자에게 전달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적인 채권처럼 자기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힘들고, 투자 사기를 당하면 개별 소송밖에 대응 방법이 없어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위험 상품구조는 부실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장기 PF 사업인데도 투자자 모집이 용이하도록 단기 분할해 재모집하는 돌려막기형 상품은 재모집되지 않으면 앞선 투자자들 자금이 상환되지 않는다. 추가 공사금이 투입되지 않아 차주의 사업도 중단된다. 구조화 상품도 주의 대상이다. 기초자산인 원리금 수취권을 담보로 해 위험률, 만기 등에 따라 구조화한 상품으로 투자금을 모집하는 사례다. 부실을 정상으로 둔갑시키거나, 동일 기초자산을 여러 상품에 다중 담보해 투자금을 모집하면 담보가치 이상으로 대출이 가능하다.
9월 말 기준 금융위원회에 등록한 P2P 연계 대부업자는 193개, 전체 누적 대출액은 4조3000억
■ <용어 설명>
▷ P2P(Peer-to-Peer) 대출 : 금융기관을 거치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개인 간 필요 자금을 대출하는 서비스.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