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외국인들이 주식시장에선 4조5600억원의 돈을 빼내가는 상황에서도 채권시장에선 통화안정채권(통안채)을 중심으로 오히려 순매수가 늘어 향후 자금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단기자금 성격의 통안채를 계속 사들이는 외국인이 한국 증시가 본격적인 상승세를 탄다면 다시 진입할 여지가 있다는 의견과 주식시장과 채권시장 참여자는 달라 두 시장이 계속 별개로 움직일 것이란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은 한국 통안채를 3조293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채는 5770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전체 원화채 순매수 추세는 계속됐다. 여전히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고 환프리미엄도 높아져 원화 채권에 대한 매력이 여전했기 때문이다. 한편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 국내 채권 보유잔액(만기 상환분 반영 금액)은 111조8000억원이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9월에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가 26조원, 지난달 만기가 돌아오는 통안채가 15조원으로 큰 규모라 상당한 자금 이탈을 걱정했는데, 외국인 국내 채권 보유잔액이 지난달보다 2000억원밖에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은 외국인이 한국 시장을 아직 긍정적으로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영돈 금융투자협회 증권파생상품서비스본부 채권부장은 "외국인이 단기물인 통안채를 샀다는 것은 금리역전으로 인한 외환 스왑포인트로 환프리미엄이 생긴 데다 적어도 1년 정도는 한국 경제가 금리나 환율에 큰 변화가 없는 안정적인 시장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통상 국채에 비해 통안채는 3개월 만기로 매주 정기적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재정 거래 목적의 단기 자금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이들 자금이 다시 주식시장으로 들어올지가 관건이다. 외국인은 지난달 코스피에서만 3조9988억원을 빼갔는데 이는 지난해 1년 동안 순매수한 금액 6조5815억원 대비 절반가량 되는 금액이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10월 들어 외국인이 주식시장에서 많이 빠져나갔는데 막상 환전은 그렇게 많이 하지 않고 여전히 원화를 보유하고 있다"며 "외국인이 당장 주식시장에서 자금을 빼서 통안채를 매수해 재정거래로 수익을 보며 관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식과 채권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의 성격이 다른 만큼 통안채로 흘러온 돈이 쉽게 주식시장으로 다시 가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류인욱 한국거래소 채권시장부장은 "외국인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큰 이벤트가 있는 상황에서 만기가 긴
[김제림 기자 / 정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