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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배당 기업을 콕 찝어 배당 확대를 요구하는가 하면 재무구조 개선, CB(전환사채) 발행 자제 등 주주로서 내놓는 상장 기업에 대한 요구도 다양해지고 있다. 실제 올해 자산운용사에서 배당 확대를 요구받은 상장사 18곳 중 8곳은 배당금 지급 규모를 늘린 것으로 나타나 기관투자가들 입김이 강해진 것으로 평가된다.
6일 매일경제가 각 자산운용사 스튜어드십 코드 공시 현황을 종합한 결과 올해 자산운용사에서 배당 확대 요구를 받은 곳은 18개사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컴투스, 넥스트아이, 지니뮤직 등 코스닥 상장사뿐만 아니라 SK이노베이션, 한화케미칼, CJ제일제당 등 코스피 상장 대기업 계열사도 다수 포함됐다. 신한지주와 우리은행 등 전통적으로 고배당 업종으로 꼽히는 금융사마저 자산운용사들의 배당 확대 요구가 진행되고 있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자산운용사에서 배당 확대 요구를 받은 18개사 중 8개사는 지난해 성과를 토대로 올해 지급을 결정한 배당금 규모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은 주주 서한을 보내 태광산업과 KISCO홀딩스에 올해 배당금 지급 확대를 요구했는데, 올 3월 주주총회에서 태광산업은 1750원에서 1925원으로, KISCO홀딩스는 180원에서 250원으로 주당 배당금(DPS)을 올렸다.
특히 대림산업은 짠물 배당을 이유로 복수의 운용사들에서 집중 공격을 받았다. 하이자산운용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꺼내든 배당 확대 요구에 대림산업이 올해 지급을 결정한 주당 배당금은 1000원으로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상장사에 대한 배당 확대 요구는 주주총회에서 배당금 지급 규모를 확정하는 3월 외에도 연중 진행되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은 올해 2분기 들어 우리은행, SK이노베이션, 신한지주 등에 배당 정책 강화를 요구했다. 우리은행(4.43%) SK이노베이션(3.92%) 신한지주(3.88)는 배당 수익률이 국내 상장 기업의 평균 배당수익률인 2.7%를 크게 웃돌았지만 자산운용사의 배당 확대 요구를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주주 활동에 나서게 되면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민간 자산운용사들의 관여 활동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기금을 위탁한 민간 자산운용사에 의결권을 위임하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이행 여부에 따라 위탁운용사 선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주주 활동을 하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며 "국민연금이 내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하게 되면 운용사들 주주 활동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특히 일부 민간 자산운용사는 배당 확대에 그치지 않고 CB 발행 자제 요구, 재무구조 개선 요청, 배당 방식 변경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 가고 있다. 올해 5월 KB자산운용은 골프존이 950억원 들여 조이마루 사업부를 양수하려는 계획을 저지시켰고, 코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 가운데서도 올해는 '관망세'를 유지하는 곳도 다수 확인됐다. 삼성자산운용과 메리츠자산운용 등 10개사는 올해 의결권 행사 내역과 수탁자 책임 활동 이력을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