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롯데카드…매각 닻올렸다

롯데그룹이 롯데카드 매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공정거래법상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가 금융사를 보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을 보유하거나 추진할 예정인 정보기술(IT) 기업이 주요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롯데카드 매각 법률 자문으로 김앤장법률사무소(김앤장) 등을 두고 저울질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앤장은 롯데그룹 지주사 전환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 농단 및 경영비리 재판에서 자문을 맡으며 그룹의 신임을 얻고 있다.
매각 주간사 선정 작업은 계속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에서는 씨티글로벌마켓증권 등이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최종 결정은 아직 내려지지 않은 모양새다. 이처럼 롯데카드 매각을 위한 자문사 인선이 마무리되는 대로 공개 매각이 본격화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롯데지주 관계자는 "롯데카드 처리 방안에 대해 다각도로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최종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지난해 10월 지주사 전환을 마친 뒤 롯데카드는 그동안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꼽혔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금융지주회사 외 지주회사는 지주회사로 전환하거나 설립된 지 2년 내로 금융업·보험업 관련 국내 회사 주식을 처리해야 한다. 롯데그룹이 2019년 10월까지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등 금융·보험업 관련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만큼 IB 업계에서는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지주가 직접 보유 중인 롯데카드, 롯데캐피탈 지분은 각각 93.8%, 38.1%다.
롯데카드 매각 관련 주요 변수는 현재 카드업계 업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각각 776억원, 522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영업이익 826억원, 당기순이익 611억원보다 감소한 수치다. 그동안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가 이어지면서 카드사 수익성은 꾸준히 악화됐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자영업자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어 카드업계 전체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 시중금리 상승 추세 등으로 향후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 것이라는 예측 역시 카드사 업황에는 감점 요인이다. 롯데멤버스 설립 이후 롯데카드가 지닌 최대 장점으로 꼽히는 유통 계열 관련 빅데이터가 롯데멤버스로 넘어갔다는 점도 인수 매력을 낮추는 요인이다.
이 같은 난국에도 롯데카드는 향후 카드업 판도를 바꿀 매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렇다 할 카드사 매물이 없는 데다 은행업 후발 주자인 인터넷은행이 아직까지 직접 신용카드업을 영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는 KB국민카드를 업무대행사로 선정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으며, 케이뱅크는 BC카드를 통해 체크카드를 발급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아직까지 체크카드에만 의존하고 있지만 신용카드라는 거대 지급 결제망을 활용하기 위해 신용카드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며 "인터넷은행 행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롯데카드와 더불어 롯데캐피탈 지분도 매각해야 한다. 롯데캐피탈은 저금리 국면이 장기화하고 연체율이 하락하며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고 있어 원활한 매각 작업이 예상된다. 롯데그룹은 금융그룹통합감독 시행 가능성을 감안해 가급적 그룹 외부 인수자에 매각하는 방안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우람 기자 / 정석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