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수금 급증은 주가가 하락하자 고수익을 노리고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개인이 많았지만 지수가 계속 폭락해 개인들이 주식 매도를 주저한 결과로 풀이된다.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이 3027억원으로 지난달 일평균 미수금 1520억원 대비 2배가량 늘어났다. 위탁매매 미수금은 일단 예수금(증권계좌에 입금한 금액 중 결제대금으로 사용하지 않은 금액) 없이 신용으로 주식을 산 후 결제일에 이를 채워넣지 못한 돈을 의미한다. 일반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을 사면서 발생한 외상값 중 갚지 못한 잔액인 셈이다.
통상 미수거래를 통해 투자자가 주식을 매입하면 증권사가 3거래일간 결제대금을 대신 치러준다. 3거래일째 투자자가 돈을 갚지 못하면 미수금이 발생한다. 이 경우 증권사들은 결제일 당일 종가 기준 하한가로 수량을 책정해 다음 영업일 오전에 해당 주식을 시장가로 매매하는 반대매매에 나선다. 투자자로서는 외상거래로 샀던 주식을 팔든지 보유한 현금으로 빚을 갚았어야 하는데 주가 하락이 이어지자 이를 주저해 더 큰 피해를 본 셈이다.
가령 1억원을 가진 투자자가 미수거래를 통해 2억5000만원어치 주식을 사면 3거래일에 증권사에 1억5000만원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주가가 폭락해 사흘간 하한가를 기록하면 3거래일째에는 8575만원만 남게 되는데, 1억원으로 투자했을 때 6570만원의 손실이 날 것을 미수거래로 2억원 가까이 잃게 되는 셈이다. 여기에 증권사가 반대매매(계좌에 남은 8575만원어치 주식 전량 매도)에 나서면 투자자 계좌의 잔액은 0원이 되면서 빚만 남게 된다. 이른바 '깡통계좌'가 만들어지는 지점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급락 장세가 일시적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무리하게 빚을 내 투자에 나선 결과"라며 "올해 증시의 부진한 흐름에도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분위기가 계속돼 왔는데 그 부정적인 단면이 드러난 셈"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10월 초 코스피와 코스닥의 8거래일 연속 유례없는 하락장에 미수금에 대한 반대매매 액수 역시 눈에 띄게 늘었다. 지난달 일평균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실제 반대매매 금액은 59억8000만원이었지만 지난 15일에는 146억원까지 폭증했다. 지난 5일 이후 7거래일 연속 100억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단기 충격에 그칠 줄 알았던 하락장이 10월 중순까지 이어지자 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행렬에도 급제동이 걸렸다.
지난 5일 11조8578억원에 육박했던 신용공여 잔액은 지난 16일 기준 10조6897억원으로 1조1680억원가량 줄어들었다. 올해 증시의 지지부진한 흐름에도 신용공여 잔액이 12조원을 웃도는 등 개미 투자자들의 묻지마 '빚 내 주식 투자'가 급격히 위축된 셈이다.
문제는 쌓여 있는 신용융자 잔액이 줄어들면서 주가 하락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코스닥 시장에서 반대매매로 인한 주가 하락 사태가 추가로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코스피는 시가총액 대비 신용융자 잔액 비중이 지난 16일 기준 0.38%인 데 반해 코스닥은 2.09%로 높은 편이다.
실제 이달 초 8거래일 연속으로 증시가 하락하는 동안 코스피는 9.6% 하락한 반면 코스닥은 24.1% 떨어져 낙폭이 컸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현시점에서 증시에 단기적으로 부담스러운 점은
김 연구원은 "이 경우 코스닥 내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의 비중이 큰 중소형주가 더 부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