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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도를 지상으로 올린 뒤 기존 지하 공간을 다른 용도로 활용할 예정인 천호지하차도의 현재 모습. [사진 제공 = 서울시] |
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도시공간개선단은 천호지하차도 지상화로 발생하는 지하 유휴 공간 1700㎡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 중이다. 이미 서울시 역사문화재과, 자원순환과 등 관련 부서를 상대로 수요조사를 진행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풍납토성박물관'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천호지하차도가 풍납토성 바로 앞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풍납토성은 백제의 한성도읍기 왕성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이곳에서 국립문화재연구소가 일반 집터로 보기 힘든 큰 건물터와 각종 토기, 가마터 등을 찾아낸 바 있다.
원래 천호지하차도는 매립될 예정이었다. 총연장 355m인 이 지하차도는 강동과 도심을 빠르게 잇기 위해 1997년 건설됐으나 '차량 정체의 주범'으로 20년 전부터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 천호대로 편도 5개 차로 중 지하차도는 2개를 차지하는데 이 구간에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끊기며 서울·경기 22개 노선 버스 대부분이 3개 차로로 몰리는 구조다. 게다가 인근에 현대백화점과 이마트 등이 있어 수시로 차량이 뒤엉킨다. 또한 지하차도 구간에는 횡단보도가 없어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는 데다 지하차도 탓에 천호동 로데오거리에서 성내동 먹자골목으로 넘어가는 길이 끊겨 상권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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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하 유휴 공간 활용 사업 종합계획' 수립 전이지만 이미 실시설계(기본설계를 구체화해 실제 시공에 필요한 설계 사항을 설계도면에 표기하는 단계)를 마치고 착공을 앞둔 천호지하차도를 우선 시범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연내 개략적인 활용 방안이 도출되는 대로 이를 천호지하차도 설계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하 유휴 공간 개선 작업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여의도 비밀 벙커 지하 유휴 공간 개선 작업을 진행해 비교적 호평을 받았다. 대통령 등 요인들을 위한 방공호로 활용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여의도 지하 벙커는 2005년 여의도 버스환승센터 공사 과정에서 발견됐다. 지난해 10월 서울시가 이곳을 리모델링해 약 500㎡의 전시관과 70㎡의 역사갤러리로 구성된 서울시립미술관 분관으로 개관했다.
여의도 벙커 지하 유휴 공간 개선 사업의 성공은 지하 공간 재생을 시내 곳곳으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 현재 '신설동 유령역'과 '경희궁 방공호'를 임시 개관해 향후 활용 방안에 대한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1999년 종로타워를 신축할 때 서울시에 기부채납했던 종각역 북측지하도로(1100㎡)도 최근 실시설계를 마쳤다. 태양광 집광 장치로 햇볕을 끌어들여 지하인데도 지상처럼 볕을 볼 수 있는 실내 정원이 조성될 전망이다. 벼룩시장과 청년 창업 공간도 들어선다.
향후 서울시는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지하 유휴 공간 재생 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5월 '지하 유휴 공간 활용 사업 타당성조사 및 종합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한 데 이어 '지하 유휴 공간 활용 세부 실행계획 수립 용역'을 추진한다고 이날 밝혔다. 내년 3월 용역 계약을 체결해 내년 말까지 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용역비로는 3억5000만원이 책정됐다.
이번 연구는 이용률이 낮은 지하도 상가·지하 보도·근대 배수로를 새롭게 활용하는 계획을 수립하기
[용환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