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로 인한 해외 수주 증가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북한 방문 효과, 중복 사업이 많은 '닮은꼴' 삼성물산과의 합병설 등에 힘입어 삼성엔지니어링 몸값이 급등하고 있다. 한때 재무구조 악화로 상장폐지 위기까지 겪었던 이 종목이 3년 만에 환골탈태에 나선 셈이다.
3일 증권업계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저가 수주로 인한 실적 악화로 2015년 3분기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손실 규모가 당시 자기자본(3746억원)보다 많은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져 주식시장에서 퇴출될 위기에 몰렸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며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했다. 이 부회장은 다음해인 2016년 3000억원의 사재를 통해 유증에 참여할 뜻을 밝혔지만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아 참여하지 않았다.
이 부회장은 대신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302만주(302억원·지분율 1.5%)를 사들였고 현재도 같은 지분율을 유지하며 개인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이 2016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면서 이 부회장의 지분가치는 최근 2년 새 2배가량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직접 지분 투자에 나선 이후 2년간 수익성 위주로 돌아섰다"며 "인력 및 자산 구조조정에다 국외 플랜트 분야 수주가 늘면서 영업이익률이 올해 3%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삼성엔지니어링 직원 수는 4748명이다. 2년 전 5332명보다 11% 감소했다. 2016년 상반기 2326억원에 달하던 판매관리비(인건비 포함)는 올 상반기 1641억원까지 줄어 2년 새 29.4% 감소했다.
몸집을 줄인 상태에서 올 들어 각종 실적 호재가 겹치고 있다. 유가가 뛰면서 오일메이저들의 발주가 증가해 플랜트 분야에 강점이 있는 삼성엔지니어링의 신규 수주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신규 수주는 6조3000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수주액(8조5000억원)의 74%를 이미 달성했다. 올 4분기에 대형 프로젝트 입찰을 기다리고 있는 만큼 작년 수주 실적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한 태국 타이오일 프로젝트가 이달 안에 발표될 예정이며 12억달러를 수주할 것으로 기대된다. 증권가에선 올해 전체 신규 수주가 8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기룡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동안 문제 사업장으로 분류돼 왔던 이라크 바드라 사업장이 실질적으로 준공에 들어가 3분기 실적도 예상보다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삼성엔지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최근 방북에 따라 수혜도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종목 주가는 올 들어 2일까지 58.9%나 급등했다. 일각에선 주가 상승 배경에 삼성물산과의 합병설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문일호 기자 /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