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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환영사에서 민 위원장은 "스위스, 싱가포르 등은 ICO에 길을 열어주고 있는데 우리 정부도 고민할 시기가 됐다"며 "ICO는 새로운 흐름이다. 국가 차원에서 ICO를 활성화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CO는 기업공개(IPO)처럼 자금을 조달하고 수익을 배분한다는 점에서 닮았다. 하지만 공개 주간사가 존재하지 않고 사업 주체가 직접 판매한다는 점에서 IPO와 다르다. 2일 기준 ICO 시장은 2228억달러(약 249조2240억원) 수준이다. 장외에서 ICO를 준비하는 단계까지 합치면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진다. 하지만 명확한 감독이 아직 없기 때문에 자금을 모집한 뒤 모습을 감추는 등 사기 사례도 많은 게 현실이다. 국내에서는 현재 암묵적 금지 상태다. 정부가 가상화폐 가격 급등락이 사회문제화했던 지난해 9월 "모든 형태의 ICO를 전면 금지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기조연설에 나선 진대제 한국블록체인협회 회장은 "정보 부족으로 깜깜이 투자, 다단계 사기 등 음성화가 만연하다"면서 "정작 기술력을 갖춘 우수기업은 해외로 나가서 ICO를 진행해 국부가 유출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진 회장은 해외 각국의 ICO 규제 사례를 설명하며 "중국을 제외하고는 미국 일본 영국 등 대부분 나라에서 ICO는 조건부 허용이 일반적이다. 증권법 적용 등 각국이 자체 맞춤형 규제로 제도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부작용을 줄이고 세계 추세에 부합하기 위해선 서둘러 '한국형 ICO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진 회장은 "정부의 선별적 지원보다 시장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유도해야 한다"면서 "선제적 법제화는 블록체인·디지털토큰 산업의 선도적 시장 지위와 발전 기회"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날 협회 차원에서 만든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독립기구인 사업성 심사기관은 ICO 심사에 필요한 주요 서류와 정보, 요건을 게시한다. 또 가상화폐 발행자는 자금 사용 내역, 재무제표 등 공시·감사 의무를 부과받는다. 자금세탁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자의 신원을 확인한 후 투자금을 모집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산업적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공식 절차를 거치면 유사수신행위 등 사후적 처벌로부터 보장받는다는 내용도 담겼다.
진 회장은 금융위원회가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가이드라인 도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회에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블록체인 관련 법안은 5개가 있으나 모호할 뿐 아니라 실제 적용될 수 있는 시기도 멀다"면서 "입법에 소요되는 시간의 정책적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먼저 금융위의 가이드라인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현재 해외 동향 파악 연구에 나섰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ICO에 대해) 어떻게 하고 있고, 어떤 효과와 부작용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기존 정책의 변화로 이해해도 되느냐'는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는 "아직 그렇게 말하긴 어렵다"고 답했다.
■ <용어 설명>
▷ 가상화폐공개(ICO) : 사업자가 블록체인
[오찬종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