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들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할 때 금리가 저렴한 정책대출을 사용하면 최대 0.1%의 징벌적 가산금리가 부과되는데, 2010년 이후 지어진 새 아파트는 대부분 이를 면제받는 것으로 확인됐다.
녹색건축 인증 아파트에 주어지는 일종의 면죄부다. 그러나 신청하면 거의 100% 통과할 만큼 심사 과정이 느슨하고 해당 아파트를 사고파는 구매자에게 금리 혜택을 주는 제도가 녹색건축 활성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 비판 여론도 크다.
30일 부동산업계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 등에 따르면 투기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HF에서 보금자리론(대출상품)을 활용하려면 기준금리보다 0.1%포인트 높은 '가산금리'를 부과받도록 돼 있다.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돕기 위해 지원되는 정부 정책자금이 부동산 투기에 악용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U-보금자리론, 아낌e보금자리론, t-보금자리론 등 HF가 취급하는 모든 보금자리론이 대상이다.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주택 구입 용도로만 사용할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2010년 이명박(MB)정부 때 처음 시행된 제도로, '에너지 절약 건축물' 확산을 위해 만들어졌다. HF 관계자는 "2002년 녹색건축 인증 제도가 도입됐는데, 활용이 잘 안 된다는 지적에 따라 그에 대한 지원책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녹색건축 인증으로 금리 인하를 받을 수 있는 아파트는 2010년대 이후 만들어진 새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2005년만 해도 33건에 불과했던 녹색건축 인증은 MB정부 시절 각종 지원책이 쏟아지며 2010~2013년 매년 500건 이상 인증됐다. 2014년 이후부터는 매년 1000건 이상씩 녹색건축 인증을 받는 건축물이 생기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2002년부터 올해 7월까지 1만743개 건축물이 인증을 받은 가운데, 공동주택이 3363건(31%)으로 가장 많다.
대부분이 수도권 새 아파트라는 얘기다. 이러다 보니 최근 정부가 동작구·중구·동대문구·종로구 등을 투기지역에 추가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투기지역을 확대하자 이들 지역에선 기왕이면 가산금리를 면제받는 새 아파트를 사자는 분위기와 함께 새 아파트 가치를 예전보다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까지 형성되고 있다. 동작구 내 S중개업소 관계자는 "손님들이 집을 보러 오면 대출을 많이 받을 땐 가급적 새 아파트가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 |
현재 서울 시내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지역은 지난번 추가 지정된 종로구, 중구, 동대문구, 동작구 등 4개 구를 포함해 서울 25개 구 중 절반 이상인 15개 구에 달한다.
이러다 보니 투기지역에서 새 아파트에만 징벌적 가산금리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정책이 타당한 것이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제도 자체가 주먹구구로 운영된다는 비판과 함께 실질적인 녹색건축 장려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2017년 환경부 국정감사에선 일부 건축의 셀프인증 등 부실한 인증제 운영이 지적을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5년간 자신들이 발주한 건물을 스스로 심사하는 '셀프인증'을 했다가 적발됐다. 인증기관이 부당하게 인증하면 영업정지 등 벌칙을 강화하는 법안이 5월 발의됐지만, 국회교통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녹색건축 인증을 받는 건설사들도 정책 효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수시로 손바뀜이 일어나는 아파트 구입에 대해 영구적 가산금리 면제 혜택을 주는 게 사업자들에게 무슨 이득이 있겠느냐"며 "건설업자의 사업자 대출금리를 인하하는 등 '다른 방법'이 있는데 정책 의도와는 무관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
가뜩이나 비싼 고가 아파트 가치만 더 올린다는 시장 비판도 많다. 실제로 녹색건축 인증을 받은 건축물엔 '삼성동 아이파크'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등 강남권 고가 아파트부터 '마포래미안푸르지오' '흑석한강푸르지오' '마곡엠밸리7단지' 등 강북·강서권 새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