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KB·신한·NH 등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과 페퍼·OSB·유안타 등 총 10개 저축은행이 퇴직연금 상품 제공 자격을 얻기 위해 기업신용등급을 획득했다. 신용등급 평가를 의뢰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거나 의뢰를 고심 중인 업체까지 합하면 연내 20여 곳이 퇴직연금 상품을 제공할 전망이다.
업계 1·2위인 SBI저축은행과 OK저축은행도 신용등급 평가를 신청해둔 상태여서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은행·증권 등 운용사와 협의해 상품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퇴직연금에 대한 업계 관심이 몰리자 저축은행중앙회는 퇴직연금 시장 진출을 희망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 저축은행이 중앙회 전산망을 이용하고 있어서 퇴직연금 상품 개발과 운용 협의에 긴밀한 협조가 필요하다"며 "10월에는 첫 운용 상품이 출시될 것이란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퇴직연금감독규정을 개정해 퇴직연금 원리금 보장형 자산에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포함시켰다. 단 적립금 운용의 안정성과 원리금 지급 보장을 위해 금융위원회가 정한 신용등급 기준(BBB-) 이상을 충족한 저축은행만 금융상품을 제공하도록 했다. 해당 저축은행이 예·적금 상품을 제공하면 은행·보험·증권사와 근로복지공단 등 현재 퇴직급여법에 규정된 48개 퇴직연금 사업자가 상품을 운용하게 된다. 이는 그동안 저조했던 퇴직연금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169조원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20년에는 21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규모만 늘었을 뿐 가입자의 보수적인 투자 성향과 금융사의 수익률 제고 노력 미흡 등으로 인해 연간 수익률은 지난해 1.88%에 그쳤다. 한 당국 관계자는 "지나치게 안정성만 추구한 탓에 수익률이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실질적으로는 마이너스 수익이 났고 신뢰도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은행 예·적금이나 원리금 보장 보험 등 기존 상품보다 더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저축은행 예·적금 상품을 통해 시장 판도가 바뀔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저축은행의 정기 예·적금 평균 금리는 현재 1년 만기 상품이 2.64~2.68%에 달한다. 또 저축은행별로 예금자 보호 한도인 원리금 5000만원까지만 자산에 편입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안전성도 보장된다.
물론 저축은행 일각에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서울권 대형 저축은행 중 웰컴저축은행과 JT친애저축은행 등은 기업신용평가를 의뢰하지 않았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아직 퇴직연금의 시장성·수익성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상품 개발에 자본을 투자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며 "다른 저축은행의 사업 경과를 지켜보고 (진출 여부를) 결정하려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에 대해 불신의 벽이 높은 여론을 고려하면 높은 가입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고금리·신용대출 비중이 높을수록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