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는 국내 사모펀드가 해외 헤지펀드에 비해 역차별받는 상황을 바로잡겠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앞으로는 사모펀드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보유지분·의결권 등에 관한 규제가 사라진다. 투자가 자유로워진 만큼 의결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바뀐다는 의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7일 '사모펀드 발전방안 토론회'에서 사모펀드의 운용규제 핵심인 '10%지분룰' 폐지를 골자로 하는 '사모펀드 체계 개편방향'을 발표했다.
그동안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10% 이상 취득해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하며, 출자금의 50% 이상을 2년 내 주식투자해야 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이 성장할 때 필요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의 투자는 제한돼 왔다. 주식시장에서 자금 조달이 어려워 메자닌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에 막상 돈이 공급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인 것이다.
심지어 '10% 지분룰'에 따르면 국내 사모펀드는 대기업 투자조차 어렵다. 시가총액 300조원에 육박하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을 10%씩 보유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소버린, 엘리엇 등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대기업의 경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봐야만 했다.
하지만 금융위가 이번에 사모펀드 규제체계를 대폭 개선하면서 '대기업 오너 vs 외국자본' 구도로 형성됐던 대기업 경영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국내 사모펀드도 참여할 수 있게 됐다.
경우에 따라서는 대기업들이 국내 사모펀드를 우호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수민 유니슨캐피탈 대표는 "이번 계기로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를 믿어주고 풀어주면 해외 사모펀드와 당당하게 경쟁하고 혁신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10% 초과 지분에 대해서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도 적극적으로 기업 경영 참여가 가능해진다.
기업 입장에서는 외부 자금 수혈이 필요한 경우 보다 수월하게 사모펀드로부터 투자 유치가 가능할 전망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PEF들이 그로스캐피털 투자 등을 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투자하지 못하거나, 10% 지분율을 맞추기 어려워 투자를 포기하는 사례가 많았다"면서 "이번 제도 개편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모펀드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로 기업 경영 효율성도 좋아질 수 있다. 실제 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가 인수한 커피 체인점의 실적은 투자 전인 2012년 매출 560억원, 영업이익 90억원에서 투자 후인 2017년 매출 1410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성장했다.
고용인원도 같은 기간 206명에서 757명으로 늘어났다.
강성석 교직원공제회 기금운용총괄이사(CIO)는 "대부분 사모펀드는 회사의 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해 불합리한 경영관리 등에 대한 복안을 가지고 경영에 참여한다"며 "이 경우 회사 거버넌스가 좋아져 매출 신장으로 이어지고, 고용 창출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모펀드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기업경영 간섭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펀드 수익률 극대화를 위해 기업의 중장기적 성과보다는 단기 성과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희영 기자 / 박재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