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의 2018년, 2019년 예상 순이익은 각각 155조5000억원, 165조3000억원이다.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9.6배, 9.1배다. 현재 글로벌 평균 주가수익비율은 14.7배다. 아시아로 한정해도 평균은 12.9배, 남미·중동·아프리카도 11.0~12.5배 수준이다. 한국증시 저평가 주장의 근거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이름으로 국내 기업들의 가치가 해외 경쟁사들에 비해 평가절하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는 지정학적 위험과 같은 요인도 작용했겠지만, 국내 기업들의 후진적인 지배구조와 글로벌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주주환원정책 영향도 무시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주주가치 제고 방안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은 대주주의 지배력 확대를 위해 이용되기 일쑤였다. 낮은 배당성향으로 과다한 현금이 기업 내부에 유보되는 사례도 낯설지 않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기업가치와 주주가치의 괴리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거다.
스튜어드십 코드(Stewardship code)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스튜어드십 코드란 연기금,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의결권 행사지침을 의미한다. 단순히 주식 보유와 그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과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최근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했다.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타 연기금의 가이드라인 성격일 뿐만 아니라 634조원의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으로서 위탁운용사 스튜어드십 코드 방향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가 발표된 지 2년이 되어감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던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태도가 변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다. 장기화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공석마저 해결될 경우 기관투자가 역할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드십 코드가 활성화되면 기업들은 주주가치를 무시하기 어려워진다. 우선, 충분한 자원을 보유한 기업들에 보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요구될 것이다. 보다 많은 배당 또는 자사주 소각 등 직접적
인 주식가치 제고 정책들이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의결권 가치가 부각됨에 따라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대주주에게만 유리한 의사결정은 더 이상 지지를 얻기 어렵다.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황성환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대표][ⓒ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