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행동주의 헤지펀드와 외국계 자산운용사간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은 맥쿼리인프라의 임시 주주총회가 결국 맥쿼리자산운용의 승리로 매듭지어졌다.
19일 서울 플라자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맥쿼리인프라 임시 주주총회에서 운용사(GP)를 맥쿼리 코람코자산운용으로 교체하는 안건에 대한 표결 결과 찬성이 3.1%에 그쳐 해당 안건이 부결됐다.
이날 임시 주총에는 총발행주식 수의 74%에 해당하는 주주가 출석했다.
운용사 교체를 위해선 발행 주식수의 50% 이상이 찬성해야 했지만 실제 표결 결과는 이에 못 미쳤다.
2006년 상장한 맥쿼리인프라는 용인∼서울고속도로, 인천대교 등 국내 12개 인프라 자산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시가총액 3조원 규모의 인프라펀드다. 호주 맥쿼리그룹 소속 맥쿼리자산운용이 펀드를 운용해왔다.
주주 행동주의 기치를 내건 토종 자산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가 맥쿼리인프라의 운용 보수 문제를 지적하고 운용사 교체를 요구하면서 이번 주총은 국내 자본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국내 자본시장에서 토종 행동주의 펀드가 외국계 투자회사의 경영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국내기업을 상대로 외국계 펀드가 경영권을 위협한 사례는 종종 있었으나 반대의 사례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증권가에서는 '한국판 엘리엇 사건'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플랫폼파트너스와 맥쿼리인프라의 갈등은 지난 6월 초부터 시작됐다. 플랫폼파트너스는 맥쿼리인프라 지분 3.12%를 보유했다고 밝히면서 맥쿼리자산운용이 과도한 보수를 책정해 주주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며 반기를 들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지난 12년간 펀드 분배금의 32.1% 수준인 5353억원을 보수로 받아갔는데 이는 다른 인프라펀드 운용보수보다 최대 30배나 많다는 게 플랫폼자산운용의 주장이다. 이에 맥쿼리인프라는 투자하는 법인 경영에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있고 보수 규모가 해외 상장 인프라펀드와 유사한 수준이라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의 의견도 엇갈렸다. 운용사 교체안에 대해 글래스루이스, 기업지배구조원, 서스틴베스트 등은 맥쿼리자산운용의 보수가 과도하면서 찬성의 의견을 낸 반면 대신지배구조연구소, ISS는 맥쿼리의 운용능력, 불확실성을 고려해 반대 의견을 냈다.
[디지털뉴스국 고득관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