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14일(14:09)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주요 증권사들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에 선뜻 뛰어들지 못하고 있어 그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대형 IB(투자은행)는 물론 중형급 증권사들도 앞다퉈 해외 부동산 PF 발굴에 적극적인 분위기지만, 유독 동남아시아 시장에는 '그림의 떡'으로 바라보는 모양새다.
현재 부동산PF사업을 포함한 부동산금융 부문은 증권사 IB수익의 과반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사업으로 꼽힌다.
14일 IB업계에 따르면 최근 해외 부동산 PF시장에서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 신흥 투자처로 급부상하고 있다. 신규로 조성되는 PF 사업이 많은 데다가 선진국 대비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게 관련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부동산을 꼽고 있고, 이 중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진 국내 사정을 감안해 더욱 더 해외로 발을 뻗어나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부동산 관련 사업 수익이 줄어들면 그만큼 증권사 전체 실적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국내를 대신할 신규 지역을 찾는데 주력하는 것"이라며 "최근엔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이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베트남의 경우 경제 개발 호황을 맞으면서 부동산 개발 시장 역시 동반 급성장하고 있는 추세다. 베트남의 수도인 하노이나 경제 수도로 상징되는 호치민에 집중됐던 부동산PF사업이 이제는 다낭이나 꽝빈 등 휴양지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이같은 분위기에도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힘들다는 속사정을 내비치고 있다. 이는 바로 동남아시아 특유의 문화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선진국 대비 관련 인허가 절차가 주먹구구 방식으로 진행될 때가 많고, 부동산PF가 스타트를 끊더라도 중간에 잠정 무기한 중단되는 경우 역시 적지 않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꽌시 문화가 베트남에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보니, 정부 등의 핵심 인물과 두터운 인연을 맺지 못하면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많이 벌어진다"고 귀띔했다.
또한 딜이 성사되더라도 수익성이 좋은 사업이라고 판단되면 현지 관련 부처가 제동에 나서는 등의 방식으로 사업을 가로채는 경우도 점차 빈번해지고 있다는 후문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특히 국내 관광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 중 하나인 베트남 다낭만 보더라도 호텔, 리조트 등 관광 단지 개발 사업 먹거리가 무궁무진하여 국내 금융사가 눈독들이기 좋은 투자처"라면서도 "그러나 막상 현지 사정을 들어보면, 정부의 입김에 따라 투자 속도가 천차만별이고 개발 가능 지역 역시 수시로 바뀌는 등 가늠하기 힘들때가 많다"고 밝혔다.
일례로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베트남 호치민 신도시 개발 사업을 추진했다가 현지 정부의 인·허가 지연으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다. 이 프로젝트는 사업비만 약 1조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신도시 복합개발 사업으로, 미래에셋대우가 베트남 현지 부동산 개발 사업에 처음 뛰어는 사례다.
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정권이 바뀌는 과정에서 미래의 호치민 신도시 개발 사업에도 제동이 걸렸다"며 "해당 프로젝트 인허가와 관련된 키를 쥐고 있는 현 정부 관계자와 협상을 이어나가는 부분에 있어 한계에 봉착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미래의 사례만 보더라도 현지 사정에 정통한 파트너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금융사가 직접 개발·투자에 나선다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로인해 많은 증권사들이 향후 동남아시아 부동산 PF를 추진하는 데 있어 적합한 현지 파트너를 찾는 일이 제일
한 증권사는 베트남 부동산PF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현지에서 관련 사업 경험이 많은 건설사와의 컨소시엄 구성을 고려하고 있다. 반면 또 다른 증권사는 현지 부동산PF 사업의 한계를 인지하고, 아예 개발 인·허가가 완료된 부동산 실물 투자로 방향을 선회했다.
[고민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