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13 부동산 대책 이후 ◆
'9·13 부동산 대책'으로 금융 분야에서 새롭게 영향을 받게 되는 전국 다주택 보유 가구 수가 290만가구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추가적인 대출 관련 대책 발표 등에 따라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주택 2채 이상을 보유해 대출 규제를 받게 된 가구 수는 전국에 289만3278가구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주택 보유 가구(1074만3492가구)의 26.9%에 달하는 숫자다. 경기도 거주 가구가 64만1694가구로 가장 많았고, 서울(52만943가구), 경남(20만8882가구), 부산(20만2631가구), 경북(17만9502가구), 인천(15만4653가구), 대구(13만5677가구)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대책에 따라 이들은 서울 등 규제지역에 집을 추가로 사면 금융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 수를 모두 합하면 2016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주택 수의 49.6%에 달하는 720만가구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 담당자는 "2주택 이상 다주택 소유주들이 국내 주택의 절반을 소유하고 있어 정부가 이들을 규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인데, 수치만 놓고 보면 이 같은 판단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며 "다만 부동산 가격은 변수가 많아 눈에 보이는 수치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책 실효성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을 1채만 갖고 있는 가구도 원칙적으로는 9·13 대책의 영향을 받는다고 볼 수 있다. 규제지역에 집을 구입하려면 기존 주택을 처분해야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1주택 보유 가구는 투기와 관계없는 지방의 저렴한 주택을 갖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대책에서 큰 고려 대상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에서는 오는 10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이 하향 조정되면 영향을 받는 가구 수는 지금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있다. DSR는 연간 갚아야 할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빚이 연간 소득으로 갚을 만한 수준인지 따져보는 지표다.
실제로 지난 13일 정부 브리핑에서 김태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늦어도 다음달 중순까지는 DSR 관리지표 활용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다음달 중 고(高)DSR 기준과 은행들이 지켜야 할 신규 가계 대출 취급액 대비 고DSR 대출 비중을 정하면, 은행들이 이를 따르게 한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이 만약 고DSR 기준을 70%, 고DSR 대출 비중을 10%로 정하면 은행들은 DSR가 70%를 넘는 대출 총액을 신규 가계대출 취급액의 10% 미만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은행들은 자연스럽게 DSR가 높은 차주가 신청한 대출을 거절하게 되는 만큼 전체 가계부채도 줄어들 것으로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현재 은행들은 자율적으로 고DSR 기준을 80~100%로 정해 시범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 비율이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판단해 이보다 다소 낮은 비율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 임원은 "현재 은행들이 시범적으로 DSR를 운영 중이지만 주택담보대출비율(LTV)만 맞으면 DSR로 인해 대출을 못 받는 경우는 사실상 찾아보기 힘들다"며 "하지만 고DSR 비율 규제가 도입되면 대출이 거절되는 사례가 속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책을 상당 부분 비껴가는 무주택자도 다른 대출이 많으면 돈줄이 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전세대출 규제도 더욱 강화할 전망이다. 공적보증사뿐만 아니라, 민간보증사인 서울보증보험(SGI)까지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전세대출 규제에 동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다주택 가구가 전세보증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차단된다.
정부는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에서 2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공적 전세보증(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을 제한했다. 여기서 '제한'이란, 기존 전세보증을 1회(통상 2년)만 연장 허용하고 기존 1주택 초과분을 2년 이내 처분한다는 조건이 붙는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주택을 2채 이상 갖고도 본인은 전세대출을 받은 집에서 사는 다주택자들은 다가오는 전세대출 만기 시점에 대출을 갚든지, 다음 만기 전에 집을 팔아 다주택자 지위에서 벗어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다주택자 신규 전세대출 보증 공급을 제한하고 기존 보증 이용자도 1회만 연장하는 등 제한을 건 만큼 최대 4년 안에는 전세대출을 받는 다주택자는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SGI는 1주택자들의 SGI 전세보증은 공적 보증기관이 내건 조건(부부합산 소득 1억원 이하)보다 다소 느
■ <용어설명>
▷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 개인이 1년간 갚아야 하는 담보·신용대출 등 모든 부채의 원리금(원금+이자)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연봉 6000만원인 사람이 내는 원리금이 1년에 3000만원이면 DSR는 50%인 셈이다.
[김동은 기자 / 김태성 기자 / 이승윤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