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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레일 소유 땅으로 2013년 개발이 멈춘 후 방치돼 있는 용산 철도기지창 용지. [사진 제공 = 연합뉴스] |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과 회원수 55만명의 부동산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서울 중심인 용산에 5만호 이상 임대주택을 지으면 용산 반포 마포 등 서울 중심지 집값을 잡을 수 있다"고 주장하거나 "후손을 위해 공원 60%, (임대)주택 40%로 조성해 달라"며 부분 도입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꽤 됐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15일 '제73회 광복절 경축사'에서 밝힌 바 있는 용산생태공원 조성 약속을 꼭 지켜 달라는 반대글도 속속 올라오고 있다. 미군 용지로 수십 년 동안 쓰인 용산 노른자위 땅을 일부만이 누릴 수 있는 주거지가 아닌 전체 시민을 위한 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논리다.
일단 정부에서는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미군이 130년간 주둔했다가 나가는 거대한 용산 땅의 쓰임새가 바뀌었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집값 잡기에 실패하고 그린벨트 해제, 임대주택 추가공급 등의 아이디어를 내놓으면서 현재 빈 땅이 된 용산공원 용지가 이슈로 떠올랐다. '님비(Not In My Backyard)' 현상의 일종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용산공원 용지에 임대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른 지역 사람이 많았다.
10일 김종천 과천시장은 과천시청과 수원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과천 지역이 신규 주택 공급 대상지로 확정될 경우 과천시는 성장동력을 잃고 자족 기능을 갖추지 못한 채 베드타운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현실적으로 용산공원을 공원이 아닌 용도로 쓰는 것은 어렵다.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제2조는 '용산공원은 민족성·역사성 및 문화성을 갖춘 국민의 여가휴식 공간 및 자연생태 공간 등으로 조성함으로써 국민이 다양한 혜택을 널리 향유할 수 있게 함을 이 법의 기본이념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합중국군대의 본부 및 지원부대 등이 집단적으로 입지한' 본체용지는 '국가가 본체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함을 원칙으로 하며, 본체부지를 공원 외의 목적으로 용도변경하거나 매각 등의 처분을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규정돼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역시 박근혜정부 시절부터 '완전체로서의 용산공원'을 주장하며 남아야 하는 몇몇 미군 시설들을 한곳으로 모아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또 임대주택을 용산공원 용지에 짓는 것 자체에 대한 실효성 문제도 나온다. 정창무 서울대 교수는 "용산처럼 가장 비싼 땅을 임대주택을 짓는 데 쓴다면 이는 가장 비싼 땅을 가장 싸게 쓰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전문가들 역시 용산 미군부대 용지의 임대주택화가 실현 가능성이 낮고 집값 안정화 효과도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용산공원 관련법과 남산 고도제한을 감안하면 혹여나 현실화한다고 해도 극히 일부 용지에 저층으로 주택을 조성해야 할 텐데 수천 호 정도의 임대주택으로는 집값 안정화에 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동산 전문가는 "관련 법률과 함께 이미 공원추진기획단에서 1조2000억원의 예산을 잡아놨고, 대통령도 지난달 용산생태공원 조성을 공언했는데 여기에 임대주택을 짓는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얘기"라며 "일부 보도에서처럼 5만가구 임대주택이 여기에 들어서면 서울 중심부는 교통이 올스톱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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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혜 기자 /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