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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09월 6일(09:20)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카타르국립은행(QNB) 예금을 기초자산으로 한 자산담보부기업어음(ABCP)가 터키발 금융불안으로 인해 투자 위험이 높다는 분위기가 국내 금융시장에 팽배하다. 그러나 카타르 관련 진정한 뇌관은 따로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카타르가 친 이란 노선을 견지하고 있는 까닭에 미국이 이에 대한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대표적이다.
5일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카타르국립은행 예금이 터키 금융 불안 영향으로 디폴트 발생 가능성은 자체 신용도로 따져봤을 때 사실상 영(0)에 가깝다"며 "이보단 미국이 카타르에 대한 경제 제재를 급작스레 실시할 잠재 위험이 더 문제"라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세계 천연가스 수출 1위 경제부국이다. 터키와 돈독한 외교 경제 관계를 맺으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지만 자원부국답게 터키 금융불안으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은 현재로선 매우 낮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타르ABCP는 기본적으로 예금 성격이라 시가평가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이른바 '헤드라인 리스크'외에는 별다른 위험이 없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정사업본부 등 대형 투자기관들은 카타르ABCP 상품서 발을 빼고 있다. 우본은 1조5000억원 규모 카타르ABCP 관련 상품을 전량 환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너도나도 '펀드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발빠른 움직임 뒤에는 '헤드라인 리스크'뿐 아니라 혹시 모를 미국 경제 제재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한몫했다. 신평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언론에 터키 관련 익스포저로 카타르ABCP가 지목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제 더 큰 위협이 찾아올 경우 환매를 안 한 투자 책임자로선 상당한 문책이 따를 수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사우디아라비아와 단교 뒤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이란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실시하고 있는 미국으로선 카타르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이번 사태의 불씨가 된 터키와의 친분 역시 미국이 카타르를 예의주시할만한 요소다. 터키 금융불안이 미국과의 갈등으로 초래됐기 때문이다.
카타르에 대한 경제 제재가 급작스레 이뤄질 경우 카타르 경제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카타르는 자원 부국이지만 경제가 전적으로 천연가스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힐 경우 카타르가 취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다. 게다가 카타르 외환보유액은 244억달러 수준에 불과하다. 경제 제재가 금융불안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미국은 카타르 제재로 인해 천연가스 공급이 줄어들며 가격이 급등하면 남몰래 웃음 짓게 된다. 미국은 셰일가스를 포함한 천연가스 생산 전 세계 1위 국가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경우 셰일가스의 약점으로 지목되는 경제성 측면이 크게 향상된다. 여기에 적대국가인 터키와 이란에 대한 우회 지원 창구인 카타르 돈 줄까지 차단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타르 같은 자원부국 국립은행 예금이 머나먼 한국땅까지 흘러들어온 까닭에 대한 의문을 가져봐야 한다"며 "어디에도 '공짜점심'은 없기 때문에 신용도 대비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에 대해 보다 꼼꼼한 위험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우람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