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5일 금융감독원은 올해 6월 말 기준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이 1010조원으로 사상 최초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은 펀드 수익액과 투자일임 계약액으로 구분되는데 지난해 연말 대비 60조원(6.3%) 증가했다. 지난해 3월 자산운용사의 운용자산이 926조원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여 만에 100조원에 가까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셈이다.
ETF와 사모펀드, 대체투자, 퇴직연금 시장 확대는 자산운용업계의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주식형 ETF의 펀드 순자산은 23조4000억원으로 2014년 12조2000억원 대비 2배 가까이 늘었다. 과거에는 펀드 매니저에게 운용을 맡기는 액티브 펀드가 대세였지만 최근에는 지수 움직임을 추종하는 방향으로 투자 전략이 변해가면서 투자자들의 자금 유입이 껑충 늘었다.
자산운용업계에서는 패시브 펀드의 광풍이 불고 있다는 표현이 나올 정도다. 실제 패시브 펀드의 고성과는 투자자들의 발길을 이끄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2016년과 2017년 패시브 펀드의 연평균 수익률은 각각 7.5%, 22.1%로 같은 기간 액티브 펀드의 수익률 -3.7%, 19.4%를 크게 웃돌았다. ETF의 낮은 수수료도 투자자들에게는 매력이다. 지난해 연말 기준 국내 ETF의 연평균 보수는 0.37%로 액티브 펀드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이승환 미래에셋대우 개봉지점 프라이빗뱅커(PB)는 "액티브 펀드 대비 수수료가 싸고, 시장 상황 대응을 즉각적으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ETF로 투자 전략을 세우는 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통자산인 주식과 채권 대신 부동산과 인프라 등 대체 자산으로 펀드 유형이 다양화됐다는 점 역시 자산운용업계의 질적 성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부동산 펀드의 설정액은 70조원으로 2015년 34조9000억원 대비 두 배 이상 늘었다. 항공기, 선박 등에 투자하는 특별자산 펀드 역시 설정액이 66조2000억원으로 최근 5년 새 두 배 이상 규모가 커졌다.
자산운용 시장 확대에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높은 실적을 과시하고 있다. 매일경제가 증권사들과 자산운용사들의 공시된 재무제표를 통해 분석한 결과 자산운용사의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7.2%로 증권사 전체 평균 15.0%보다 높았다. 한국투자신탁운용(33.7%)과 KB자산운용(27.8%) 등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ROE는 30%대에 육박해 금융서비스업종의 은행·증권사는 물론이고 제조업의 삼성전자(22%)보다 높은 ROE를 자랑한다.
다만 자산운용업계의 그늘 역시 만만치 않다. 공모 펀드의 환매가 늘면서 적자 회사가 무더기로 나오는 등 운용업계의 성장 과실이 일부 운용사로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에 228개 자산운용사 중 137곳은 흑자를 냈고 91곳은 적자를 기록했다. 또 사모 펀드 시장의 급성장은 공모 펀드의 위축을 더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국내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318조원으로 2015년 대비 118조원 늘었다. 같은 기간 국내 공모 펀드에서 늘어난 순자산이 28억원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사모 펀드에 성장세가 집중된 셈이다.
공모 펀드의 신뢰도 회복에 대한 주문이 자산운용업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지만 되레 투자자들의 기대
에프앤가이드와 제로인, 모닝스타, 한국펀드평가 등 펀드평가사 4개사에서 평가한 결과를 바탕으로 자산운용사의 순위를 매겼는데, 순위를 단순 평균하는 방식으로 평가해 논란이 됐다.
[유준호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