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일 대비 1만6500원(3.7%) 오른 46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그동안 회계기준 위반을 이유로 감리를 거쳐 검찰 고발까지 간 종목이었지만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해 회계 부담을 완화해주겠다는 신호를 보내자 주가가 상승 모멘텀을 받은 것이다. 신라젠(11.53%), 메지온(10.38%), 엔지켐생명과학(7.59%) 등 신약 임상시험 통과에 대한 기대가 큰 제약바이오 기업들 주가도 크게 올랐다.
특히 그동안 금융감독원의 테마감리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던 기업들 상승폭이 컸다. 지난 4월 테마감리에 대한 루머가 나오면서 3만3000원 선이었던 주가가 일주일 만에 2만4000원 선까지 떨어졌던 오스코텍도 31일 코스닥시장에서 전일 대비 10.13% 상승한 2만5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메디포스트 역시 전일 대비 9.74% 오른 10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 30일 금융위원회는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제약·바이오 기업의 회계처리 투명성 관련 간담회에서 회계기준의 모호성에 따른 회계 오류에 한해서는 개선권고나 시정조치 등 간접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적 특성을 감안해 선진국 글로벌 제약사의 회계기준을 일률적으로 요구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연구개발비의 자산화가 과도한 제약·바이오 기업을 타깃으로 금감원이 테마감리에 들어가면서 해당 섹터에 대한 투자심리에 찬물을 부었으나 규제 리스크가 어느 정도 잦아들고 있는 셈이다. 이미 메디포스트, 일양약품, 오스코텍 등 제약·바이오 기업 7개는 무형자산으로 분류해 왔던 연구개발비를 일부 비용으로 처리하며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이달에 정정공시 하기도 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그동안 회계처리 불확실성 때문에 바이오기업들 주가가 급락했는데 이제 리스크가 줄어든 만큼 상승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올 초에는 바이오 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버블' 우려가 있을 정도로 주가가 올랐다면 지금부터는 성장성이 검증된 회사들만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여전히 바이오기업 주가수익비율(PER)이 65배에 달하고 한 차례 급락장을 경험한 만큼 투자자들이 더욱 깐깐한 잣대로 '옥석 가리기'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5월부터 기술수출과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같은 호재들이 발표돼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견조한 파이프라인을 가지고 있는 기업이나 그동안 회계처리 불확실성 때문에 낙폭이 과도했던 기업들은 투자자들이 다시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제약 섹터에서는 올 하반기 임상시험 발표를 앞두고 있는 종목들이 유망하다고 봤다.
진 연구원은 "한미약품은 다음달 폐암치료제 포지오티닙의 임상 2상 중간결과 발표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며 "엔지켐생명과학이 개발하고 있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역시 상업화가 기대돼 올 하반기 주가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코오롱티슈진 역시 인보사 수출과 처방이 호조를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올해 10월 FDA 임상 3상에 본격적으로 돌입할 예정이다. 삼천당제약은 이미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생산과 안구질환 치료제 복제약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기대로 일주일 새 주가가 10%가량 상승했
그동안 회계 문제로 주가 하락폭이 컸던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에다 회계 불확실성 완화라는 호재까지 겹쳐 주가 상승 모멘텀을 다시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공장에 대해서도 지난 5월 말 FDA에서 제조승인을 받아 미국 시장에 판매할 수 있는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