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 용산·여의도 개발 보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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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주택시장 불안 근본 원인인 서울지역의 고질적인 공급 부족 해결책과 단기적 효과 후 되레 매물 '씨'만 말리고 있는 헛방 규제에 대한 반성은 '쏙' 빠진 채 애꿎은 강북 개발로만 '불똥'이 튀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질의 주택 공급 기폭점이 될 강북 개발이 곳곳서 스톱되면 서울의 기존 주택가치는 더 커지고 강남북 격차도 더 벌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당초 집값 폭등 진원지로 지목받은 여의도 '통개발' 발언은 3기 시정을 맞이해 강북 균형개발을 강력히 추진하고자 하는 박 시장의 의지에서 출발했다.
지난 7월 10일 싱가포르 출장에서 "여의도 전체를 새로운 업무와 주택지로 바꿔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며 여의도 개발 구상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했던 것이다. 이어 박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에서 '옥탑방 한 달 살이'를 자처한 뒤 1조원을 투입하는 강북권 교통개혁 계획까지 밝혔다. 뉴타운사업 좌초 이후 강남북의 인프라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이에 따른 집값 격차도 갈수록 커지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강북 균형개발'에서 찾은 것이다.
문제는 박 시장의 발언이 시장 예상보다 강도가 약했던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 방안 발표와 가을 이사철을 대비해 수요가 급등하는 시기와 맞아떨어지면서 폭발력이 증폭됐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서 "전혀 새로운 내용도 아니었고 추진 시간도 걸리는 사업인데 재건축 관점으로 해석돼 부동산시장에 과열조짐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부동산자산관리연구원 원장도 "정부가 각종 규제로 눌렀던 '가수요'가 튀어나오긴 했지만 박 시장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터질 수 있었던 시장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17년 주택순증물량(2만1424가구)은 최근 10년 동안 2009년(1만7440가구) 다음으로 가장 적다.
주택순증물량이란 새로 공급하는 주택 수와 함께 재건축·재개발 등으로 사라지는 주택, 즉 멸실주택 수를 함께 고려한 '순수 공급 증가분'을 의미한다. 새로 입주하는 주택 수에서 멸실주택 수를 빼면 순증주택을 계산할 수 있다.
2017년 아파트 순증분은 1만4491가구로 지난 10년간 최저 수준이었다. 국토부는 "김현아 의원실의 집계방식이 정확하지 않다며 다가구 구분거처를 반영해 순 공급물량을 계산할 경우 2016년의 서울 순 공급물량이 5만2000가구로 약 10% 늘어난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국내 부동산정책을 총괄하는 김수현 사회정책수석조차 자신의 저서에서 "서울의 주택 부족 문제는 총량이 모자란 게 아니라 사람들이 원하는 '양질'의 주택이 부족하다는 게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국토부는 아직까지 주택의 질적 수준에 따른 순증 규모나 향후 순증 예측 자료를 분석한 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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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용산·여의도 개발 중단만 시사됐지만 다른 서울 내 각종 개발계획에도 연쇄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서울 강남 최대 규모 개발인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계획도 똑같이 집값을 자극하는 재료인 만큼 계속 지연되는 중이다.
박 시장은 삼양동 옥탑방 한 달 살이를 마친 뒤 1조원을 투입해 강북권 도시철도 인프라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집값을 자극하는 개발 호재다. 당장 은평구 지역만 해도 잠잠하던 집값이 국토부와 서울시의 광역급행열차(GTX) 추진 호재로 수개월 새 수억 원씩 뛰었을 정도다. 용산과 여의도 주민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용산구에 거주 중인 주민 A씨(39)는 "용산 개발은 지금까지 10여 년간 정치권에서 '한마디'씩 할 때마다 롤러코스터를 탔다"며 "우리가 매번 정치적 '희생양'이 되는 현실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 시장도 집값 급등 원인이 자신의 발언 때문이라는 지적에 수긍하지 않는 분위기다. 그는 이날 "서울 부동산 과열엔 복합적인 이유가 있고 여러 가지 종합처방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정에도 없던 기자
[이지용 기자 / 용환진 기자 / 사진 = 이승환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