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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해외주식 거래 대금은 222억3579만달러(약 25조원)를 기록했다. 사상 최대치였던 작년 거래 대금(227억1417만달러)을 조만간 넘어설 기세다. 이는 개인과 기관이 해외 주식을 사고팔면서 오간 돈을 합친 금액을 말한다. 해외펀드 가입이 늘고 개인이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 주식시장에 실망한 자산가들이 해외 종목을 직구하는 데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20조원 규모를 넘어선 해외주식 거래가 앞으로도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거래 수수료가 0%에 가까운 국내 주식에 비해 해외 주식은 매매 수수료가 높고 환전 수수료도 있어 증권사 입장에서도 나쁠 게 없다.
투자자들이 많이 담은 종목으로는 아마존, 헝루이의약, 텐센트, 닛폰제철, 알파벳 등이 있다. 보유량 상위 10개 종목 중 7개가 정보기술(IT) 업종이다.
올해 8월까지 해외 기업을 분석한 증권사 보고서는 745건이 쏟아졌다. 작년 한 해 동안 발간한 보고서 수(781건)와 별 차이 없는 수치다. 올해는 중소형 증권사 5곳이 합세해 총 17개 증권사가 해외 기업 보고서를 냈다.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의 올해 해외 종목 보고서 발간 수가 164건으로 가장 많았다. KB증권이 151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서 유진투자증권(121건), 하나금융투자(100건), 한국투자증권(77건) 순이다.
직구족들은 "관련 보고서가 늘어났지만 투자에 참고할 정보가 없다"고 불평한다. 기업분석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 주가와 매수·중립·매도 같은 투자의견이 거의 없는 데다 실적 공시에 짧은 논평만 내놓은 보고서도 많다.
올해 발간한 보고서에서 매수 의견을 낸 증권사는 대신증권 한 곳이다. 그마저도 엔비디아와 웰스파고 두 종목뿐이다. 이는 재작년부터 제시한 매수 의견을 유지한 것이고 새롭게 매수 의견을 제시한 증권사는 한 곳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올 상반기 국내 기업을 분석한 보고서 8346건 중 6830개(82%)가 매수 의견이었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일부 해외 기업 보고서는 투자 의견을 NR(Not Rated)로 표시했지만 대부분은 그마저도 제시하지 않았다. NR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매수 의견을 내기는 어려운 종목에 주로 쓴다. 결국 외국 증권사 보고서를 참고하는 투자자도 있다. 외국 증권사가 제시한 평균 목표 주가와 투자 의견은 마켓비트(MarketBeat)같은 웹사이트에 공개돼 있다.
문제는 증권사도 외국 기업을 분석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국내 종목을 담당하는 애널리스트가 같은 업종의 외국 기업을 분석하는 경우가 많다. 몇몇 증권사는 외국인 애널리스트가 있지만 한 사람이 전 업종을 살피기는 어렵다. 매수 의견을 제시하면 담당 종목에 포함하고 정기적으로 보고서를 내야 한다.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증권사도 보고서에 책임을 지기는 어렵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외국 기업에 탐방을 갈 수도 없고 주식 담당자를 만날 수도 없는데 목표가 제시는 위험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시장에서 유행하는 업종과 종목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미국 IT 업종 주가가 크게 오르자 올해 아마존(22건), 알파벳(22건), 페이스북(21건), 넷플릭스(16건), 라인(13건), 텐센트(12건), 알리바바(12건), 엔비디아(10건)에 대해
특히 국내에서 투자가 활발한 신흥국 종목을 발굴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NH투자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가 인도네시아·베트남 기업을 분석한 보고서 34건을 처음 냈고 올해도 베트남 기업 6곳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왔다.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