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KRX300지수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와 인덱스펀드 등에 대한 관심도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합지수의 특성상 기존 대표지수를 뛰어넘기 어렵고 기관투자가들이 벤치마크 변경에 소극적이라는 점에서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말 금융당국은 혁신기업 성장과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코스닥시장 활성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우량 종목 305개로 구성된 통합지수 KRX300이 시장에 선보였다. 당국에서는 KRX300지수가 새로운 대표지수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봤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내외 악재가 잇달아 터지면서 국내 증시가 부진에 빠지자 KRX300지수와 코스피200지수 간 차별화 요인이 불확실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6개월간 KRX300지수와 코스피200지수를 비교해 본 결과 사실상 두 지수는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발 무역전쟁 우려가 불거진 지난 2월 등락폭이 커지다가 6월부터는 똑같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이는 대형 우량주들이 두 지수에 모두 편입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KRX300지수 편입종목 305개 가운데 184개(60.3%)는 코스피200지수에도 포함돼 있다. 결국 KRX300지수와 코스피200지수는 나란히 8.4%, 7.4% 떨어졌다.
KRX300지수가 예상 밖으로 고전하면서 이를 활용한 상장지수펀드(ETF) 거래도 뚝 끊겼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KRX300 ETF는 총 7개 종목으로 이들의 일평균 거래대금은 290억원이다. 코스피200 ETF(9종목)의 일평균 거래대금(2967억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 수준이다. KRX300 ETF(7751억원)의 시가총액 또한 코스피200 ETF(12조6230억원)의 6%에 불과했다.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역시 낮은 수익률로 인해 설정액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KRX3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 설정액은 1924억원으로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이 -7.57%로 집계됐다.
윤주영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KRX300지수가 대표지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 시장 참여자들은 코스피200을 대표지수로 인식하고 있다"며 "기관투자가들이 코스닥시장에 들어온 지 불과 1~2년밖에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통합지수 시장이 형성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RX300지수가 정착하려면 일본처럼 금융당국이 나서서 연기금의 벤치마크 지수를 변경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2014년 1월 일본거래소그룹(JPX)과 닛케이사는 일본 증시 부양을 위해 JPX-닛케이400 지수를 공동 개발했다. 자기자본이익률과 누적영업이익률, 시가총액 등을 기준으로 주주친화적인 기업 400개로 구성됐다.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는 게 아니라 투자와 주주 환원 등을 통해 경기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해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팀장은 "우정사업본부에서 인덱스펀드 내 벤치마크 지수 변경을 통해서 KRX300지수에 자금을 집행했지만 그 이외 기관투자가들은 아직까지 관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