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 자잔 공사와 관련해 3000억원 규모 클레임을 제기한 상태다.
클레임이란 발주처와 시공사 간 계약과 관련해 분쟁이 발생해 제기되는 소송을 말한다. 두 주체 간의 책임 소재를 따지는데, 시공사가 승리하면 공사비 일부를 돌려받게 된다.
GS건설은 지난 1분기에 영업이익 3804억원을 올려 작년 동기 대비 이익이 무려 544%나 증가했다. 여기에는 사우디 라빅 등 국외 현장 3곳에서 클레임에 성공해 1800억원의 예상치 못한 수익이 잡혔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일본 업체와 함께 자잔 플랜트 공사 관련 3000억원 규모 클레임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성공한다면 일본 업체와 나눠서 받더라도 GS건설 수준의 공사비 환급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소송 결과 한 푼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어 주가에 되레 악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사우디 아람코가 발주한 자잔 플랜트는 40만배럴 규모의 정유소·터미널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대우건설의 대표적인 저가 수주 현장으로 꼽힌다.
대우건설은 2016년 회계 기준을 강화해 국외 사업장의 대규모 손실을 반영해왔다. 그동안 자잔, 알제리 RDPP 플랜트, 모로코 사피 복합화력발전소 등 대우건설의 '3대 악성 물량'을 통해 발생한 손실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이 중 자잔과 사피는 이미 끝났어야 할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발주처의 설계 변경 요청 등으로 공사 기간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외 사업 현장은 추가 손실이 드러나면 또다시 분기 실적을 갉아먹는 요소가 돼 실적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이 같은 부실 현장은 대우건설 인수·합병(M&A) 걸림돌이 되기도 했다. 대주주 KDB산업은행이 올 초 대우건설을 호반건설에 매각하려 했으나 모로코 등 국외 사업장에서 3000억원이 넘는 추가 부실이 드러나며 매각이 무산된 것이다. 투자 매력이 떨어진 대우건설 주가는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이날 주가는 호반건설이 인수하기로 한 가격(주당 7700원)보다 무려 31.4% 하락해 작년 말 대비 10% 떨어졌다. 이 같은 올해 주가 수익률은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대우건설 등 4대 건설사 중 가장 낮다.
일각에서는 실적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대우건설의 영업이익은 6565억원으로 작년보다 53%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건설사 중 이익 증가율로 보면 GS건설(213.2%)에 이어 2위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대우건설이 5.3배다. 대북 경제협력 수혜주로 주가가 급등한 현대건설(11.6배), 실적이 급등한 GS건설(6.4배)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지난 6월 취임한 김형 사장이 실적과 주가를 끌어올릴 것이란 기대감도 나온다. 김 사장은 박창규 전 사장 이후 10년 만에 부임한 국외 사업 전문가다. 그동안 국외 사업 현장 경험이 없는 CEO가 잇따라 부임해 대우건설과 시너지 효과가 낮았다는
현대건설, 삼성물산, 포스코건설을 거친 김 사장은 풍부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베트남과 아프리카 사업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이란 제재 여파로 유가가 상승하고 있는 점도 호재다. 오일 메이저들의 발주가 늘어나면 플랜트 분야에 강점을 지닌 대우건설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란 의견이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