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지난 9일 찾은 서울 강남의 한 대형 임대아파트 단지. 2500만원 이상 자동차 보유자는 입주 자격이 안 되는 영구·공공임대아파트이지만 고급 외제차가 10대 이상 주차돼 있었다. [추동훈 기자] |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관리·운영하는 이 단지는 월 임대료가 10만원 이내이고 2500만원 이상 자동차 보유자는 입주자격이 안되는 영구·공공임대아파트다. 하지만 단지 내부에는 벤츠·아우디·랜드로버 등 고급 수입차가 10대 이상 주차돼 있었다. 인근 상가 상인 B씨는 "동별로 외제차가 몇 대씩은 있다"며 "대부분 남의 명의로 굴리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서울시의 영구·공공임대주택 단지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 계층의 주거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너무 싼 임대료(33㎡형 기준 평균 월 5만~10만원)가 일부 입주자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거나 자산을 차명으로 빼돌리는 등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한번 임대주택에 들어온 입주자는 절대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SH공사에 따르면 서울시 영구·공공임대주택의 평균 거주기간은 각각 16년과 14년이다. 미국은 공공임대주택 거주자 중 53%가 거주기간 5년 미만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주택에서 임대주택 비중이 5%밖에 안 되는 국내 상황에서 정말 꼭 필요한 사람이 수년간 대기할 수밖에 없다. SH공사 관계자는 "재계약 기준에서 벗어날까봐 비교적 괜찮은 일자리 기회가 있어도 포기하거나 자녀가 좋은 직장을 구하면 바로 세대 분리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지나치게 낮은 임대료가 한정된 혜택을 소수가 독점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 |
공공임대주택 임대료는 국토교통부 고시에 의해 정해지고 주택임대차보호법·임대주택법에 의거해 연간 5% 이내 범위에서 인상이 가능하다. LH는 글로벌 금융위기인 2008년과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임대료와 임대보증금을 인상했다. LH와 달리 SH공사가 법에서 정한 임대료 인상을 전혀 실행하지 못한 것은 지배구조상 서울시장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시장이나 시의원은 모두 정치인들로 표를 얻기 위해 본인들 임기 동안 임대료를 안 올리려고 할 수밖에 없다"면서 "시와 공사, 세입자, 외부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독립기구를 통해 공공 임대료를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SH공사 임대주택사업 손실도 매년 3000억원 이상 쌓이고 있다. 최근 6년간 임대주택 손실액이 1조7000억원에 달하고 올해 예상 적자까지 합하면 7년간 2조원에 육박한다. 적자가 계속되면 나중에는 기존 임대주택의 운영·관리나 신규 공급이 어려워지고 결국 서울시가 채권 발행 등을 통해 시민의 세금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높다. SH공사 관계자는 "현재 택지조성 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임대주택 적자를 메우는 구조인데 서울 내 대규모 택지개발이 사실상 끝나 이제는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공급이 합리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임대료 현실화가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임대주택에 들어가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앞으로 활용할 다음 사람이나 세대에 기회를 주는 게 바람직한 임대주택 정책"이라면서 "임대료 인상을 사회적 약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적 약자에게 기회를 주는 정책으로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도시·금융연구실장은 "공공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물가상승률이나 민간 임대료 상승분의 절반 정도로 자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현실화 원칙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기존 입주자에 대한 보다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임대주택 거주자의 소득·자산·
[최재원 기자 /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