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2분기 증권사들의 반기보고서가 차례로 공시되자 여의도는 임직원 연봉에 대한 호기심으로 술렁거렸다. 올해 처음으로 반기보고서에 등기임원 여부와는 상관없이 5억원을 받는 임직원 상위 5명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그중 최고 화제의 인물은 단연 22억2998만원을 받은 한국투자증권 김연추 차장(37)이었다. 오너인 김남구 부회장(13억원)이나 최고경영자 유상호 사장(20억2800만원)보다 많은 액수였던 것은 물론이고 윤용암 전 삼성증권 사장(35억원)과 권성문 KTB투자증권 전 대표(28억원)를 제외하고는 다른 증권사 대표도 김 차장보다 많은 급여를 받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김 차장이 상장지수증권(ETN) 판매와 운용으로 큰 성과를 내며 21억원대 성과급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이 상품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15일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투자공학부 소속인 김 차장은 서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그는 게임회사 등에서 근무하다가 2009년 한국투자증권으로 이직했다. 김 차장이 이끌고 있는 투자공학부는 주가연계증권(ELS), 주식워런트증권(ELW), ETN 등 파생상품을 설계하고 운용하는 부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김 차장은 공학적으로 상품을 구조화하고 설계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높은 성과급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2017년 성과에 대한 보상을 2018년에 60%만 지급한다. 올해 성과에 대한 보상은 사실상 30억원인데 그중 40%인 12억원만 올해 지급되고 나머지 부분은 3년에 걸쳐 나눠 지급된다.
김 차장이 높은 상여금을 받은 배경에는 그가 국내 최초로 만든 '양매도 ETN'이 있다. 이 상품이 워낙 잘 팔렸을 뿐 아니라 회사 고유자본으로 이 상품에 투자해 회사에 큰 이익을 안겨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대한 인센티브로 거액이 책정되면서 김 차장이 높은 상여금을 받게 된 것이다.
김 차장이 만든 'TRUE 코스피 양매도 ETN'은 개인투자자도 옵션 전략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구조화한 상품이다. 양매도 전략은 매월 옵션 만기일에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해 코스피200이 -5~5% 구간에 있으면 옵션 프리미엄으로 수익을 쌓는 구조다. 옵션 만기일에 지금 지수보다 5% 높거나 낮은 가격에 지수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파는데, 상대방 입장에서는 지수가 5% 안에서 움직이면 해당 권리를 포기하는 게 합리적인 상황이 된다. 여기에서 콜옵션이나 풋옵션을 매도한 투자자는 옵션 프리미엄을 남길 수 있다. 해당 전략은 지수가 박스권 내에서 안정적으로 상승 또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할 때 주로 기관투자가들이 사용한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이 상품은 출시 당시에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작년 한 해 동안 국내 증시가 상승 흐름을 이어간 탓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국내 증시가 횡보세를 보이자 유용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부상했다. 이 상품은 상장 이후 지난 14일 기준 5.41% 수익을 올렸고, 최근 6개월 국내 증시의 조정장세에서도 2.38% 수익률을 올렸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올해 히트상품으로 부상하자 최근 누적 발행 규모 8000억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양매도 전략을 쓴 한 운용사는 2010년 옵션 만기 쇼크 때 800억원대 투자 손실을 보기도 하는 등 양매도 전략은 증시 변동
[김제림 기자 /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