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인버스형을 제외한 원자재 상장지수펀드(ETF) 11종목은 평균 0.66% 하락 마감했다. 이들 종목의 최근 3개월 평균 하락폭은 6.68%에 달했다. 같은 기간 13.0% 하락한 코덱스 콩선물을 비롯해 타이거 금속선물(-9.76%), 코덱스 구리선물(-9.52%), 타이거 금은선물(-8.34%) 등도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원자재 ETF가 대거 약세로 돌아선 것은 금·은, 비철금속, 농산물, 원유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일제히 하락했기 때문이다.
ETF뿐만 아니라 원자재에 투자하는 펀드들도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았다.
최근 3개월간 키움 글로벌 천연자원 펀드(-1.43%), 프랭클린템플턴 내츄럴 리소스(-1.73%), 멀티에셋 짐로저스 애그리인덱스(-2.17%) 등 대부분 펀드가 손실을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농산물 펀드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의 최대 격전지다.
특히 콩은 미국이 주요 생산국이며 중국이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중국 정부는 미국산 콩에 높은 보복관세를 부과하고 아예 수입을 중단했다. 그 대신 남미산 콩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내에서 콩 생산을 늘리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 그러면서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콩 가격은 지난 7월 최근 10년 내 최저 가격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현재는 가격을 소폭 회복했지만 여전히 약세다.
철과 비철금속 역시 미국이 관세 부과 대상으로 지정하면서 급락세를 보였다. 알루미늄과 니켈, 아연 등 산업용 비철금속은 무역전쟁 여파로 주요국에서 수요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에 선물 가격이 추락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게다가 금·은 가격은 비슷하게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달러화 가치가 크게 높아지면서 반대로 가격이 추락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다만 원유 가격은 다른 원자재와 달리 최근 소폭 상승세다. 그러나 지난 8일(현지시간)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3.22%나 하락하는 등 높은 변동성을 나타내고 있어 불안한 상황이다. 무역전쟁 여파로 주요국 경제성장률이 낮아지고 원유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란에 경제 제재를 부과하면서 이란산 원유 수입이 줄고 유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미·중 무역분쟁에 원자재 관련 상품들이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중국 관련 소비주들도 동반 약세를 기록했다. 음식료 업종에서는 대표적인 중국 소비주인 오리온과 매일유업이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17.78%, 9.2%씩 떨어졌다. 올해 들어 중국 내 신제품 출시와 기존 제품 매출 확대 등으로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갔지만 최근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커지면서 다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지난 6월부터 중국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중국 내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심리 위축 등에 따른 여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유정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전통 음식료주인 유니 프레지던트 차이나와 팅이, 차이나푸드, 왕왕그룹 역시 연중 고점 대비 13~24%씩 하락했다"며 "현시점에서 위안화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중국 인민은행의 적극적인 방어 전략으로 위안화가 반등한다면 최근 음식료주의 주가 하락은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업종도 여파를 피해 가지 못했다.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최근 한 달 새 주가가 9.5
통상 여름철은 화장품업계의 비수기로 꼽히기도 하지만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귀환을 기다리던 화장품 업체들로서는 무역분쟁 우려 장기화가 달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박윤구 기자 / 정우성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