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권은 서울에서 노후한 단독·다가구 주택이 많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딘 곳이 많다. 하지만 최근 청량리역세권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작년 9월 우이~신설 경전철 개통 호재가 길음·미아뉴타운 등 인근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면서 재개발 열기가 동북권 지역에서 점차 여기저기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6일 서울시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동대문구 제기4구역과 성북구 신길음구역이 재개발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하기 위한 계획안을 최근 마련해 각각 지난 3일과 오는 9일까지 주민공람을 진행하고 있다. 주민공람에서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으면 구청에서 판단해 이달 또는 늦어도 다음달까지 사업시행인가를 승인할 예정이다. 제기4구역과 신길음구역 모두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10년 넘은 오래된 재개발 사업장이란 점이 공통점이다.
동대문구 제기동 288 일대 제기4구역은 2005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후 2009년 관리처분계획 인가까지 취득했지만 이주·철거가 진행되던 2013년 5월 조합설립 무효 판결을 받으며 사업이 중단됐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사업성을 놓고 조합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며 제동이 걸린 것이다.
2016년 5월 새로운 조합이 설립된 제기4구역은 재개발을 통해 지상 25층 11개 동에 909가구 규모 중대형 아파트 단지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제기4구역은 1호선과 경의선, KTX까지 트리플 역세권인 청량리역에서 도보로 5~10분 거리여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제기동에 위치한 단호박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업시행인가 단계지만 이미 웃돈이 2억3000만원가량 붙었다"고 말했다. 성북구 길음동 524-87 일대 신길음구역도 시행인가 변경을 추진하면서 사업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다. 지상 29층 3개 동에 474가구로 재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신길음구역은 가구 수 기준으로 중소 규모지만 4호선 길음역에 바로 인접한 초역세권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조합원 매물 프리미엄은 1억5000만원 수준이다.
앞서 지난달 12일에는 성북구 보문동1가 196-11 일대 보문5구역이 사업시행인가를 획득했다. 2010년 6월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지 8년 만이다. 규모는 2개 동 199가구에 불과하지만 지하철 6호선과 우이~신설 경전철 환승이 가능한 더블 역세권이다. 같은 달 11일에는 동대문구 청량리동 435 일대 청량리8구역이 조합설립인가를 받았다. 2010년 11월 정비구역 지정 이후 수년간 조합설립 추진 단계에서 사업이 표류했으나 최근 청량리 역세권 개발 등에 힘입어 조합설립 문턱을 넘는 데 성공했다.
지난 5월에는 동대문구 용두동 11-1 일대 청량리3구역과 성북구 길음동 508-16 일대 길음1구역이 각각 사업시행 변경인가를 받으면서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사업시행인가 전후 유망 재개발 사업지는 평균 프리미엄이 1억~2억원 안팎으로, 관리처분인가를 받았거나 앞둔 사업지가 평균 3억원 안팎인 데 비해 1억원 이상 낮다. 사업 마무리까지 리스크가 그만큼 더 크기 때문이다.
10년 이상 묵은 강북 지역 재개발 사업이 최근 잇달아 재가동되는 것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안전진단 강화 등 재건축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로 강북 재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다만 8·2 부동산 대책 등 정부의 잇단 규제에 따른 영향으로 올해 1월 25일 이후
재개발 전문가인 부동산카페 '부동산스터디' 강영훈 대표는 "사업시행인가 단계 재개발 투자는 고수익을 노릴 수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크기 때문에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