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국내 지점 중 약 70%를 한꺼번에 폐점하면서 이른바 '디지털 전환'을 지휘한 브렌던 카니 씨티은행 수석부행장(소비자금융그룹장)이 내린 평가는 명료했다. 씨티은행이 지난해 7~9월 기존 영업점 중 90곳을 한꺼번에 폐점(남은 지점 44곳)한 지 꼭 1년이 지난 시점에서다. 6일 서울 종로구 씨티은행 서울WM센터에서 만난 카니 부행장은 "2015년 이후 개인고객 중 67%가 디지털 채널을 활용하는 등 사용도가 2배 이상 늘었다"며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고 더 가속화할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분기에는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73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수익 향상에도 성공했다.
지난해 상반기 씨티은행 안팎에선 유례없는 급속한 지점 폐쇄 소식에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이에 대해 카니 부행장은 "영업점 수가 적었던 씨티가 개인고객을 상대로 다른 은행과 동등하게 경쟁하려면 디지털화 흐름을 빨리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거래의 99.9%를 비대면 채널에서 가능하도록 기반을 다졌다"고 강조했다.
사전 영향 평가도 진행했다. 그는 "고객들에게 120일 이전부터 폐쇄 사실을 고지한 건 물론 폐점 영향이 큰 지역엔 우체국 점포나 현금자동입출금기(ATM) 등 대체 수단을 제공했다"며 "금융감독원이 연내 제정한다는 '지점 폐쇄 절차 모범규준'의 기준을 우리가 세운 데 대해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퇴직 없이 콜센터 업무로 재배치된 직원들에 대해서도 "공모·면접을 통한 경력 개발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2~2014년 폴란드 씨티은행에서도 디지털화를 진두지휘했던 카니 부행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지점의 가치를 믿는다"고 한다. 지식과 관계를 공유하는 거점이 될 것이란 의미에서다.
그는 특히 한국 설문조사에서 '은행을 믿을 수 없다'는 고객들의 말을 새기고 있다. 카니 부행장은 "은행 수익·영업 목표를 위해 상품을 판매하는 걸 금지시켰다"며 "고객 니즈에 따른 맞춤형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특정 상품 판매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 재조정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일반 지점 폐쇄 대신 고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