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값 전쟁 2라운드 ◆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말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공인중개업소가 즐비한 상가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공인중개 대표들은 "한동안 거래가 없어 주말에도 사무실 문 열기가 민망했는데 오랜만에 보는 풍경"이라며 "7월 들어 매수 문의가 늘어나고 급매물은 거의 다 빠졌다"고 말했다.
이 지역 대표 재건축 아파트인 은마아파트 전용 76㎡는 가격이 급등했던 작년 말~올해 초 가격을 넘어서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개포동 개포우성3차도 1년 만에 기존 최고가보다 4억원이나 높은 16억원에 전용 104㎡가 팔렸다.
이 같은 분위기는 2일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아파트 주간시세에서도 나타났다. 불과 3주 전까지만 해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 -0.05%를 기록했던 강남구는 7월 넷째주 0.07% 상승으로 반전하더니 마지막주엔 0.21%까지 급등했다. 한 주 만에 상승률이 3배가 된 것이다. 서초구와 송파구의 분위기도 비슷했다. 7월 마지막주 서초구는 0.09%, 송파구는 0.19%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랐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핀셋 규제'를 표방하며 집중했던 강남3구 집값은 오히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더 뛰었다. 작년 1~7월 강남·서초·송파의 아파트 가격은 각각 3.44%, 3.4%, 4.12% 오른 반면 2018년 1~7월에는 4.75%, 4.02%, 6.42% 올라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 정책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급등이 서울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 및 용산 통개발' 선언에 용산 아파트값은 7월 한 달 만에 0.69%, 영등포는 1.07% 상승했다. 재개발 물량이 많은 데다 신분당선 서북부 연장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은평구 아파트값은 7월 0.97% 올랐다. 올 들어 7월까지 누적으로 보면 용산구는 7.64%, 영등포구는 5.19%, 은평구는 3.27% 올랐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와 집값을 필연적으로 끌어올릴 수밖에 없는 각종 개발 계획·호재의 발표와 실현이 엇박자를 내며 시장이 정부 방침과 다르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일부 지역을 규제 지역으로 묶고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서 한동안 진정되는 듯 보였던 경기권 집값도 핵심지를 중심으로 다시 뛸 기세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5월 둘째주 이후 12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으나 7월 마지막주엔 낙폭이 -0.01%까지 좁혀졌다. 7월 마지막주 경기도 내 최고 상승률은 광명(0.35%)이 찍었다. 최근 광명시 철산에서 '철산센트럴푸르지오'가 성공리에 1순위 마감해 주변 시세를 자극한 데다 지하철 1호선 연장, 고속도로, 신안산선, 복선전철 등 교통 호재가 한몫했다.
작년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엔 규제 지역이 아니었다가 9월 조정대상지역이자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성남 분당은 올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7월 넷째주 0.05% 하락에서 다섯째주 0.07
경기도에서도 서울 접근성이 좋고 교통 호재가 예정된 지역들이 급부상하면서 경기도 전체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는 형국이다.
[박인혜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