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원순-김현미 기싸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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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 간 충돌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야당 소속이던 이명박 서울시장과 그 뒤를 이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용산공원 개발이나 강남 재건축 용적률과 각종 규제 완화 여부 등을 둘러싸고 당시 건설교통부와 빈번히 충돌했다. 당시에는 여당 아래 국토부와 야당 출신 서울시장의 충돌이었지만 이번엔 둘 다 같은 편인 여권 성향의 국토부 장관과 서울시장이란 점이 특이하다. 실상 부동산정책 양대 수장의 충돌은 여의도 '통개발'로 갑자기 터져나온 게 아니라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국토부는 지난해 문재인정부의 주거복지 공약 실현을 위해 공적주택 100만가구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서울·수도권을 비롯한 역세권 등 요지에 가격이 저렴하고 임대료가 싼 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수요가 가장 집중된 서울 지역에 그린벨트 해제를 통해 1만5000~2만가구의 신혼부부를 위한 신혼희망타운 공급 계획도 밝혔다.
문제는 이런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구에 권한을 갖고 있는 서울시가 난색을 표하며 부정적이라는 것이다. 현행법상 30만㎡ 규모 미만의 그린벨트 해제 권한은 시도지사에게 위임돼 있다. 현재까지 발표된 신혼희망타운 지역 중 서울 물량은 서울 양원과 수서역세권 등뿐이다. 국토부는 서울시 측에 "그린벨트를 해제해달라"는 압박을 계속하지만 서울시는 "미래 세대를 위해 남겨놔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문재인정부의 주거복지 정책 '메신저' 격인 김 장관과 국토부 입장에선 100만가구 주택·신혼희망타운 핵심 공약을 막아선 박 시장이 곱게 보일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박시장의 '통개발' 발언으로 불붙기 시작한 서울 집값은 국토부와 서울시 간 갈등에 '부싯깃'이 됐다.
박 시장이 지난 10일 "여의도 전체를 새로운 업무와 주택지로 바꿔 신도시에 버금가는 곳으로 만들려 한다"면서 여의도 개발 구상을 비교적 상세히 공개한 이후 올 4월 이후 줄곧 마이너스였던 강남 집값이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예정된 발언이 아니었다"는 게 서울시 측 공식 설명이었지만 마치 선거 이후를 기다렸다는 듯 비장의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보였다.
2011년 10월부터 2017년 6월까지 7년 가까운 두 번의 임기 동안 개발보다는 보존과 도시재생에 사실상 '올인'해 온 박 시장에게 임기 3기에는 대권으로 가는 길목에서 '강남·북 균형 개발' 카드는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전임 시장과 달리 '큰 사고'를 치지 않아 무난한 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에게 늘상 따라 붙는 '벽화 원순 씨(박 시장이 역점적으로 추진한 마을 재생형 소규모 도시재생을 빗대어 일컫는 말)' 이미지를 탈피하지 않고선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시는 지난해부터 여의도와 용산 통합개발계획(마스터플랜) 수립을 준비해왔다. 이미 마스터플랜 초안은 선거 전에 마무리됐고 8~9월께 공개할 예정이었다. 그런 기존 계획인 '개발정책'을 호환마마처럼 꺼려 왔던 박시장이 직접 해외에서, 그것도 "통으로 재개발"이라는 강한 표현을 쓴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다. "지난 지방선거가 여의도에서 유독 박 시장 지지율이 낮아 그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정무라인의 고위 관계자는 "여의도 통합개발이나 삼양동 옥탑방살이는 철저히 서울시민을 잘살게 만들기 위한 목적이다. 대권용 행보가 결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한때 청와대에 '정권 초기 집값 잡은 첫 장관'이란 타이틀로 보고될 정도로 연초 이후 집값 안정 기조에 내심 한숨 돌렸던 김 장관은 '비상'이 걸렸다. 김 장관이 지난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대규모 개발 계획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사업이 좌초됐을 때 파급도 적지 않은 만큼 중앙정부와 긴밀히 논의한 뒤 진행돼야 한다"며 견제구를 날린 것도 이런 배경이다. '벽화'를 넘어 대권으로 가는 길목의 박 시
엄밀히 말하면 현재 박 시장과 김 장관의 갈등은 미래 권력이 되기 위한 박 시장과 현재 권력을 최대한 지키려는 문재인정부 사이의 힘겨루기로도 해석이 가능한 것이다.
[최재원 기자 /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