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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3인방'은 오너뿐 아니라 회사 임원들 지분율이 높아 유통 물량이 적다. 실적 등 호재에 주가가 급등할 수 있는 지분구조다.
특히 올 하반기 실적 호조가 예상되는 에쓰오일·팬오션에 대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이달 동시 순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감독원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 시장 종목 중 예상 영업이익 상위 100곳에서 오너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를 넘으면서 올해 이익이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나는 곳은 에쓰오일·롯데쇼핑·팬오션 등 세 곳으로 좁혀진다.
이들은 최대주주 등 지분율이 높아 시장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적기 때문에 '품절주'로 구분되기도 한다. 오너가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주식을 팔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들 종목은 '매도 제한(Lock up)'이 걸려 있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코데즈컴바인, 나노스 등 품절주는 유통 물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도 주가가 급등했다"며 "대형주 중에서 실적 턴어라운드가 이뤄지는 품절주라면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쓰오일은 세계 최대 석유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가 지분 63.4%를 보유하고 있다. 그 외 다수 임원이 0.1%를 갖고 있어 63.5% 물량은 시장에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작년에 정유 사업 위주의 사업구조 때문에 실적이 다소 주춤했지만 올해는 석유화학 부문 이익이 올 3분기부터 실적에 추가되면서 올 하반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업이 잔사유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다운스트림시설(ODC) 프로젝트다.
업계 관계자는 "산유국 업체가 최대주주인 만큼 기본적으로 원유 확보 비용이 싼 데다 최근 공격적인 화학 사업 투자로 실적이 크게 개선되고 있다"며 "2014년 하반기 이후 주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설비의 상업 가동이 하반기부터 시작돼 올해 실적도 '상저하고'(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높은) 추세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16.3% 늘어난 1조5976억원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이달 들어 27일까지 외국인과 기관은 이 종목을 각각 315억원, 250억원 규모로 순매수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영업이익이 작년보다 37.7% 늘어난 7296억원으로 예상된다. 에쓰오일과 마찬가지로 작년 실적이 2016년보다 감소했다가 올해 턴어라운드가 이뤄지고 있다. 중국 할인점 사업을 접는 동시에 국내 사업에서 온라인 위주 사업 전략을 짠 것이 실적 개선의 주된 요인이다.
롯데쇼핑은 지난 5월 중국 화북법인 21개점, 화동법인 53개점 등 할인점을 매각했다. 작년 중국 사드 보복으로 중국 마트 사업이 2686억원의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적자 폭을 크게 줄인 셈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국내 사업에서 온라인 사업을 강화해 실적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작년 롯데쇼핑 온라인 매출은 7조원으로 전체 매출 중 18%였지만 이 비중을 2022년까지 30% 수준으로 높일 방침이다. 지분 구조는 신동빈 회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60.4%에 달해 유통 물량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현 주가는 역대 최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44배에 불과하다. 박종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향후 실적 개선 추이를 감안하면 더 이상 악화될 것이 없다는 점에서 역발상 투자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하림그룹의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하는 팬오션 역시 그룹 지주사 제일홀딩스(50.89%)를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8.7%에 달한다.
벌크선 주력 선사인 팬오션은 최근 운임 상승으로 하반기 수익성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또 장기 운송계약을 다수 확보해 실적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올해 영업이익은 2197억원으로 예상돼 작년보다 12.7% 증가할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올해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철광석 수입을 늘리고 있고 팬오션의 벌크선 수요도 살아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팬오션 역시 PBR가 1배 이하로 떨어져 있다. 청산가치에도 못 미치는 주가 수준에 외국인과 기관이 이달 들어 순매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문일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