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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경복아파트사거리 근처 대도로변 상가 골목에는 빌딩 1층 전체가 공실인 상태로 `임대` 안내판만 붙어 있다. [이승환 기자] |
두 달여 공실 끝에 임대료를 월 250만원에서 200만원으로 낮춰 새 임차인을 구했지만, 이마저도 장사가 잘되지 않아 폐업 위기에 몰렸다. 신씨는 "지하철 신분당선 연장선 개통 등 호재가 있어 오래 보유할 생각이었지만 공실이 생기면 도저히 버틸 수 없다"면서 "빌딩 중개업소에 문의했더니 요즘에는 가격을 확 낮추지 않으면 꼬마빌딩 팔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 도깨비시장 안에 있는 3층 건물을 10년 이상 소유하고 있는 양미희 씨(58·주부)는 지난해 꼬마빌딩 값이 급등하면서 매수 타이밍을 저울질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주변 호가가 매달 1억원 이상씩 오르자 이씨는 이 건물을 대지면적 3.3㎡당 1억원꼴인 40억원에 매물로 내놨다. 하지만 올해 들어 빌딩 시장이 점점 냉랭해지더니 매수세가 뚝 끊겼다. 올해 5월 들어 이씨는 27억원까지 가격을 낮췄지만 문의 전화를 한 통도 받지 못했다.
서울 빌딩 매매시장에 '거래절벽'이 감지되고 있다. 올해 들어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두드러지는 거래절벽 현상이 꼬마빌딩을 비롯한 상업용 부동산에까지 퍼지고 있는 셈이다.
매일경제와 빌사남부동산중개법인이 국토교통부 빌딩매매 집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월평균 326건(연간 3912건)씩 거래되던 서울 지역의 빌딩매매 건수가 올해 5월 111건까지 급감했다. 지난해 5월(390건)에 비하면 3분의 1도 거래가 안 된 셈이다.
올해 들어 서울 지역 빌딩 매매는 1월 250건, 2월 214건, 3월 168건, 4월 265건에 이어 5월에 111건까지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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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천정부지로 인기가 치솟던 꼬마빌딩 매매가 눈에 띄게 줄었다. 올해 4~5월 30억원 미만 서울 빌딩은 231건 거래돼 지난해 543건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다. 지난해 4~5월 꼬마빌딩 거래는 전체 거래 건수의 70%를 차지했지만 올해는 61%에 그쳤다.
자산가의 척도로 여겨졌던 '서울 빌딩'의 매매가 뚝 끊긴 것은 RTI 등 대출규제 외에도 경기 불황에 따른 임대수익률 저하가 근본적인 이유다. 지난해부터 엄청난 유동성이 빌딩 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건물값과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높아졌지만, 경기는 되레 하강 국면에 접어들고 있었다. 임차료를 내지 못하는 상점이 속출하고 공실이 많아지면서 무리한 대출을 받고 건물을 산 빌딩주는 빌딩을 내놓지만 선뜻 '빈 건물'을 받아줄 이는 없는 상황이다.
김윤수 빌사남 대표는 "올해 들어 특히 5월 이후 빌딩을 매수하겠다는 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며 "그간 빌딩값이 너무 급하게 오른 데다 경기 불황이 서울 핵심 상권까지 미치면서 임대수익률이 떨어지고 있는 게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핵심 상권 도로변도 한 블록 전체가 '1층 공실'에 내몰릴 정도로 심각하다. 선릉역과 선정릉역 사이를 잇는 선정릉 옆 골목은 과거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사업운이 대박인 길지'로 통했다. 성공한 수많은 스타트업의 발상지가 이곳에 몰려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한 블록 전체가 1층까지 비어 있다. 바로 옆 경복아파트 사거리에서 르네상스호텔 사거리를 잇는 대로변도 '임대' 플래카드가 붙은 채로 비어 있는 건물이 즐비하다. 이 상권에서 건물 1층에 무더기 공실이 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역삼동 대로변에 있는 한 빌딩은 지난해 1층을 세 줄 때 보증금 1억2000만원에 매달 임대료 1250만원(관리비 포함)을 받았다. 올해 들어 5개월 이상 공실이 이어지면서 현재는 보증금 1억원, 임대료 1000만원으로 세를 낮췄지만 아직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이 지역은 세련되고 고급스러운 식당가와 쇼룸이 모여 있는데, 최근 유동인구와 소비층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김민수 스마트하우스 대표는 "장사가 잘된다는 핵심 상권 일번지 강남에서도 골목 전체가 1층 공실이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자영업자가 경기 불황을 버티지 못하면서 나오는 현상인데, 이런 빌딩 공실은 원형탈모증처럼 주변 상권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점점 커져간다"고 설명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