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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국민연금은 "기금이사 공모 절차 진행 결과 '적격자 없음'을 알린다"며 "기금이사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선발 절차 등을 심의한 후 재공모를 신속하게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에 따르면 통상 공모 기간은 2주이지만 재공모인 것을 감안해 일주일 내외로 기간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2월 기금운용본부장 공모에 돌입한 국민연금은 지원자 16명을 대상으로 서류와 면접심사를 했고, 4월 중순 이 중 3명의 후보자를 압축했지만 최종 선임에 이르지 못했다.
애초 곽태선 전 베어링자산운용 대표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지만 결국 인사 검증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원장 낙마 이후 정부의 강화된 인사 검증 기준과 함께 일각에서는 곽 전 대표가 나이가 많고, 투자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대체투자에 대해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공모 절차에 걸리는 시간과 검증 절차를 감안하면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의 장기화가 불가피하다. 기금운용본부장 공백은 지난해 7월 강면욱 전 본부장이 돌연 사퇴한 뒤 1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올해 하반기를 훌쩍 넘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어려운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시장 분석과 큰 틀의 기금 운용 방향에 대한 책임자의 리더십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앞두고 책임 투자가 강화된 상황에서 기금운용본부장의 공백은 아쉬운 대목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연금 기금은 2012년 392조원에서 2014년 470조원, 2017년 622조원으로 매년 빠르게 증가해왔다. 올해 3월 말 기준으로는 626조원이다. 2043년에는 256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은 일본 공적연금펀드(GPIF), 노르웨이 국부펀드(GPF)와 함께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꼽힌다.
날이 갈수록 덩치를 키우고 있지만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기금 운용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적격자 부재'를 이유로 재공모 절차에 돌입했지만 인선 과정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가 기피 대상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앞선 공모 절차에서도 무게감 있는 인물들이 전면에 서지 않으면서 상당 기간 지연되기도 했다.
짧은 임기와 재취업 제한, 낮은 연봉 등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자리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힌다. 임기는 최대 3년에 불과하고 퇴임 후 3년 동안 재취업도 할 수 없다.
연봉은 성과급을 합쳐도 3억원이 안 된다. 주요 30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봉이 4억원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낮은 수준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업계에서 퇴직을 앞둔 사람들이 가는 명예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며 "젊고 능력 있는 사람들이 나서기에는 부정적인 환경"이라고 꼬집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한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복지부 장관과 공단 이사장 등이 직속상관으로 포진해 있고, 이전 본부장들 역시 정치적인 영향력 아래에 놓이면서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홍완선 전 본
국민연금 출신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감옥에나 안 가면 다행이라는 말이 나오는 상황에서 누가 선뜻 손을 들고 나서겠느냐"며 "굳이 많은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그 자리를 선택할 사람이 많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