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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청약가점제를 도입할 때부터 뻔히 예고된 사태였지만 정부가 사전 검증 시스템도 만들지 않고 수수방관하는 사이 탈법·편법 청약은 판치고 문제가 발생하면 사업자 '탓'만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서울과 과천의 주요 5개 아파트단지 일반공급 당첨자에 대한 부정 당첨 여부를 조사한 결과 모두 68건의 의심 사례를 적발해 수사의뢰할 계획이라고 5일 밝혔다.
단속이 이뤄진 사업장은 △디에이치자이 개포 △과천 위버필드 △논현 아이파크 △마포 프레스티지자이 △당산 센트럴아이파크 5개 현장이다. 이들 현장은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로 '로또'로 알려지면서 청약 경쟁이 치열했던 곳이다.
단지별로는 △디에이치자이 개포 35건 △과천 위버필드 26건 △마포 프레스티지자이 5건 △논현 아이파크 2건의 의심 사례가 적발됐다. 불법 의심 사례 유형별로는 △본인 및 배우자 위장전입 의심 43건 △부모 위장전입 15건 △해외 거주 3건 △통장 매매 의심 2건 △기타 5건 등으로 나타났다.
한 당첨자는 주민등록을 서울에 두고 있었지만 국토부 조사 결과 2014년 6월부터 해외에 거주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청약 1순위로 당첨되려면 해당 지역에 1년 이상 살아야 하는데 이를 속인 셈이다. 한 당첨자는 주택을 보유한 부모와 함께 살다가 입주자 모집공고일 이틀 전에 세대분리해 위장전입이 의심된다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정부가 '로또분양' 열기를 차단하기 위해 단속에 나서 불법 사례가 속속 드러나면서 청약자들의 불만이 끓어오르고 있다. "단속 이전에 분양된 단지들에서 해먹은 사람들은 괜찮다는 것이냐"는 반응에서부터 "이런 불법 행위 자체를 청약 과정에서 사전에 거르지 못한다는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등 청약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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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약을 접수할 때는 청약자가 무주택 기간과 부양가족 수, 청약통장 가입 기간, 가구주 연령 등에 대한 가점을 스스로 매겨야 한다. 이 중 당첨자 발표 이전에 당첨자 선정 검증 실무를 맡고 있는 분양대행사가 미리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은 통장 가입 기간뿐이다. 금융결제원이 당첨자 선정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통장 가입 기간이 자동으로 넘어오고, 문제가 있으면 금융결제원이 은행에 오류 확인을 부탁한다. 부적격자는 당첨자가 발표된 후 본격 검증이 시작된다. 국토부가 주택전산망 데이터에서 과거 당첨 사실이나 주택 소유 여부를 분양대행사에 통보하면, 대행사는 이를 토대로 부적격자 대상에게 통보한 후 소명을 요구한다. 그러나 대행사는 이 과정에서도 당첨자가 낸 자료를 바탕으로 검증할 수밖에 없다.
이번 '로또분양'처럼 정부가 임명한 특별사법경찰관이 투입되면 전입 관련 서류를 뜯어보면서 실시간으로 국토부가 소유한 주택전산망에서 주택 소유 여부를 비롯해 실거주 여부 등을 실시간으로 검증할 수 있지만 민간인 분양대행사는 사실상 정확한 검증 자체가 힘든 셈이다.
이 때문에 청약가점제 도입 당시부터 주택협회와 민간 업계에선 국토부가 소유한 주택전산망 데이터를 개방해 사전 검증 시스템을 만들라는 요구도 있었다. 반면 정부는 현실 여건상 지금 체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행위자를 사전에 걸러 내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개인정보 침해 등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분양시장 전문가들은 부적격당첨자 상당수는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청약 부적격 처리가 되면 당첨 계약이 취소되고, 1년간 청약이 제한되는 정도가 처벌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입하다 보면 무주택 기간 등을 실수하는
강남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지역의 '로또분양'이 나오면 떴다방 상당수가 지역 1순위 자격자들과 함께 소위 '서류작업'에 들어간다"며 "위례신도시 등 벌써 몇 군데서 적잖게 해먹은 선수들이 많다"고 전했다.
[손동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