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화자산운용은 4월 24일께 지수사업자로부터 대한항공을 ESG ETF에 신규 편입한다는 예비통보를 받았지만, 일주일간 자체적으로 심의평가한 결과 ESG 펀드 취지와 어긋난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를 제외하는 선택을 했다.
하지만 다수의 ESG ETF는 기계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며 대한항공 주식을 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ESG 취지에 맞게 베팅하려는 투자자는 보유 종목을 꼼꼼히 살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SG란 환경(Environment),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기업이 주주, 환경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와 지배구조는 투명한지 등을 비재무적인 관점으로 따지는 잣대다.
1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국거래소에는 총 6종의 ESG ETF가 상장돼 있다. 이 중 한화자산운용이 출시한 ARIRANG ESG우수기업 ETF와 KB자산운용의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를 제외한 나머지 4종의 ETF는 각각 0.21~0.88% 비중으로 대한항공 주식을 편입하고 있다.
ESG ETF는 각각 별도의 ESG지수를 추종하는 형태로 종목을 편입한다. ARIRANG ESG우수기업 ETF는 WISE ESG 우수기업지수를 따른다. KODEX MSCI코리아ESG유니버설 ETF와 TIGER MSCI코리아ESG유니버설 ETF, TIGER MSCI코리아 ESG리더스 ETF 등 3종의 상품은 MSCI 데이터에 기반한 서로 다른 기초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하이자산운용이 굴리는 FOCUS ESG리더스 ETF와 KBSTAR ESG사회책임투자 ETF는 한국거래소가 만든 KRX ESG리더스150지수와 KRX ESG사회책임경영지수를 따른다. 이 중 KBSTAR ESG사회책임투자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기초지수에는 대한항공이 편입돼 있다.
ARIRANG ESG 우수기업 ETF 기반이 되는 'WISE ESG우수기업지수' 역시 지난달 말 지수변경 과정을 거치며 대한항공을 신규 편입했다. 재무 우수성, 주가 상승 모멘텀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 상승 잠재력 분야에서 평가 순위가 올라가며 최종 편입 50개 종목 리스트에 대한항공이 새로 올라간 것이다. 원칙은 지수대로 대한항공을 편입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화자산운용은 별도 위원회를 열어 이를 논의했다. 조현민 갑질 사태가 수면 위로 올라온 상황에서 대한항공 주식을 ESG ETF에 넣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오너 리스크를 고려할 때 지금 시점에서 대한항공 주식을 편입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지수를 수동적으로 추종하지 않고 운용사가 재량을 발휘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ESG ETF의 실효성 논란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ESG ETF의 기본 취지는 지배구조, 환경 등 측면에서 돌발 악재를 맞을 기업을 걸러내고 주주친화적인 기업에 투자해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예를 들면 '디젤 게이트'로 주가가 폭락한 독일 폭스바겐이나 미국 멕시코만에서 석유 시추 폭파사태를 일으킨 BP에 미리 투자해 크게 손실을 내지 않겠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ESG ETF는 연 1~2회에 걸쳐 종목 변경 작업을 거치고 있어 이슈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대응하기 힘들다는 구조적인 한계에 노출돼 있다. TIGER MSCI KOREA ESG리더스 ETF가 유일하게 연 4회 리밸런싱 절차를 거친다. 다수의 ESG ETF가 여전히 대한항공 주식을 들고 있는 것도 이 같
증권업계 관계자는 "재무 이슈가 발생할 때 신용평가사가 즉각 등급을 조정하는 것과 달리 ESG ETF는 이슈가 발생해 결과에 반영되기까지 지나치게 시간이 걸리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투자자 입장에서 ESG ETF 신뢰도에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든 구조라는 얘기다.
[홍장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