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지방에서 오픈한 한 견본주택 현장.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이 상담원들의 방문객 상담이 한창이었다. 원래 이들은 분양대행사 소속이지만 최근 국토교통부가 건설업 면허가 없는 분양대행사의 분양대행을 단속해달라는 공문을 각 지방자치단체에 보내자 건설사와 임시로 고용계약을 맺었다. 업무를 보는 사람은 그대로지만 계약 형태만 바뀐 것이다.
국토부가 건설업 등록을 하지 않은 분양대행사는 대행업무를 할 수 없다고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지만 현장에서는 각종 편법이 난무하고 있다. 13일 매일경제가 지난 주말 문을 연 견본주택 현장을 점검한 결과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지 않고 회사 '업태'에만 건설업 등록을 한 후 일단 분양대행을 진행하거나 실제 업무는 분양대행사가 하면서 상담 또는 청약 접수 업무를 하는 인원은 건설사와 별도 고용계약을 맺게 하는 등 편법이 다수 포착됐다.
'경주 두산위브 트레지움' 현장은 이미 건설업 면허를 보유한 대형 디벨로퍼 신영이 분양을 대행하고, '영등포 중흥 S-클래스'는 재개발조합이 분양업무를 할 사람들을 직접 고용해 큰 문제가 없었으나 다른 대부분 현장은 허점 투성이였다. 일부 현장에서는 건설사가 본사 직원을 이 업무를 보도록 급파하거나 인력대행 방식으로 외부에서 채용하는 사례도 있었다. 수요자에게 전문성 있는 인력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이유로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것인데, 실상은 무늬만 바뀌었을 뿐 달라진 게 없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비수도권 지방에서는 애매한 법 규정을 피해가며 미등록 분양대행사를 그대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행정당국 단속은 이뤄지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불법 분양대행사 단속은 지자체 업무"라며 "점검해달라는 공문을 보냈으니 지자체 협조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분양대행사의 건설업 면허 규제가 잠깐 이슈가 되고 다시 잠잠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분양대행업계 내부에서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큰 회사들은 일단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건물과사람들'은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건설업 등록을 위해서는 월 2000만~3000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로 든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대행업계 경쟁력과 투명성을 높일 필요는 있지만 건설사가 직접 다 하라는 것은 비현실적 요구"라고 말했다.
[박인혜 기자 / 정순우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