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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신용공여 잔액은 12조2898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2월 20일 연중 최저치 10조9924억원에서 1조3000억원가량 급증한 수치다. 남북 화해 분위기가 본격화한 최근 한 달 동안에만 8000억원 이상 늘었고,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로도 4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신용융자 거래는 개인투자가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하는 방식이다. 향후 개별 종목의 주가가 오를 것이란 기대에 통상 증시 활황장에서 급증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증시가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최근 남북 경협주가 테마를 형성하면서 급등세를 연출하자 신용융자 거래에 집중되는 모양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주요 남북 경협 관련주는 4월 한 달간 신용융자 거래 잔액 증가 상위 종목에 대거 포진했다. 코스피시장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한 달간 신용융자 잔액이 342억원 급증해 주요 남북 경협주 가운데 가장 큰 잔액 증가 규모를 보였다. 전체 종목 중에서도 증가 규모가 세 번째로 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개성공단 개발사업권과 금강산 관광사업권을 가진 현대아산 지분을 67.6% 보유해 개성공단 가동 재개 시 가장 주목받을 기업 중 하나로 꼽히면서 한 달 사이 주가가 30%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주가가 50% 가까이 치솟은 현대건설 역시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2배 이상 늘어났다. 3월 말 현대건설의 신용거래 융자 잔액은 200억원 수준이었지만 한 달 사이 310억원이 늘어 전체 잔액이 500억원을 돌파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남북 경협 수혜주로 분류되는 유진기업과 제룡전기가 100억원 안팎으로 신용거래 잔액이 늘어 상위권을 휩쓸었다.
최근 고점 논란으로 조정을 받았던 제약·바이오 종목에 대한 신용융자 거래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4월 한 달간 417억원의 신용융자 잔액이 순증해 잔액 증가 규모가 두 번째로 컸고, 삼천당제약과 JW신약 등 코스닥 제약·바이오 종목도 각각 175억원, 91억원 신용융자 잔액이 늘어 상위권에 포진했다.
전문가들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중소형 제약·바이오주나 남북 경협주 등에 섣부른 기대감만으로 빚을 내서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고 조언한다. 통상 신용매매는 주가가 주식담보비율 140% 밑으로 떨어지면 주식을 파는 반대매매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가령 본인 돈 500만원과 빌린 돈 500만원으로 1000만원어치 주식을 샀을 때 주식 가격이 빌린 돈의 140%인 700만원 밑으로 떨어지면 반대매매가 나올 수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신용거래 융자 잔액이 위험 수준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그 규모와 증가 속도를 면밀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며 "투자자로서도 수익률을 2배로 키우기 위해 레버리지 수단으로 신용거래 융자를 이용하지만 오히려 손실도 2배로 입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단기 과열 국면에 진입한 남북 경협주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높다. 김윤서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유준호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