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접경지 부동산 시장 르포
↑ 파주시 문산읍 한 중개업소 앞에 민통선 내 토지 매물을 구하는 광고판이 서 있다. [추동훈 기자] |
정상회담 다음날인 지난 28일 파주시 문산읍 한 공인중개소는 토지 매입을 원하는 사람들과 내놓았던 매물을 거둬들이겠다는 토지주들 전화가 쉴 틈 없이 걸려왔다. 직접 파주를 찾은 60대 매수 희망자들은 "파주에서 향후 투자 가치가 있는 땅이나 1억~2억원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토지를 찾는 중"이라며 "민간인출입통제선(민통선) 안에 있는 토지가 유망하다는 이야기를 들어 직접 볼 수 있는지 궁금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민통선 내부 땅은 씨가 말랐다는 표현이 적절할 정도로 매물 품귀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산읍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인 박 모씨는 "새 정부가 들어선 1년여 전부터 민통선 내부 부동산 거래가 활발해져 최근에는 거의 매물이 없다"며 "3.3㎡당 10만원 선에 거래되던 일반 토지 가격이 현재 2배 가까이 뛰어올랐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과 연결되는 통일대교 인근 토지 매물이 3.3㎡당 60만~70만원에 달하는 등 '부르는 게 값'이라는 것이 현지 부동산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 남북 대화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땅을 직접 보지도 않고 매수하는 '묻지마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과열 양상을 띠면서 민통선 부동산을 거래할 때 통상 계약금의 2배를 치르고 매물을 선점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매수 희망자가 몰리면서 아예 중도금에 해당하는 금액까지 미리 내버려 거래를 취소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는 "하루에 성사되는 거래 건수만 4~5건에 이르면서 한 달 만에 1년치 거래 실적을 채웠다"며 "정상회담이 열린 27일 가장 많은 문의가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민통선 내부 땅은 개발이 철저히 묶여 있는 곳이다.
다른 공인중개사 직원은 "남북 관계 개선은 이제 시작 단계이고 미·북정상회담 결과도 지켜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과거에도 이렇게 좋다가 다시 부침이 있었는데 투자자들이 너무 장밋빛으로만 보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북한과 1㎞ 이내 거리인 민통선에 투자 훈풍이 불고 있는 것과 달리 문산역이 있는 문산읍 시가지 주변 부동산은 차분하다. 현지 공인중개사 최 모씨는 "문산역 인근인 문산리 일대 부동산은 10년 가까이 활발한 거래 없이 잠잠하다"며
파주시 야당동 운정신도시 부동산도 비슷하다. 한 운정신도시 주민은 "동네 주민들도 크게 들뜨거나 기대감을 보이기보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정도"라고 밝혔다.
[추동훈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