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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코스피는 외국인이 3000억원 이상 순매도하며 전일 대비 2.22포인트(0.09%) 하락한 2474.11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10.15포인트(1.14%) 떨어진 879.02로 마치며 9거래일 만에 880선을 내줬다.
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코스피지수가 약세를 보인 것은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대형 바이오주 조정 탓이 컸다. 제약·바이오 업종 시가총액에 비하면 소위 경협주 시총은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테마주 투자자들이 바이오주에서 남북 경협주로 옮겨탄 것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날 장 초반에도 건설, 기계, 철도, 관광 등이 일제히 경협주로 묶이면서 들썩였으나 오후 들어 열기가 눈에 띄게 약해졌다.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건설은 장중 5만5400원까지 급등하며 신고가를 경신했으나 결국 1.39% 오른 5만1100원에 장을 마쳤다. 현대건설은 대북 협력사업 경험이 있는 건설사로 현대아산 지분 7.5%를 보유하고 있는 2대주주다. 이 때문에 남북 경협이 본격화한다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가 요동쳤다. 일성건설과 삼부토건 등 일부 중소형 건설주도 상한가 대열에 합류했다.
정상회담에서 경원선(서울~원산) 철도 복원을 의제로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철도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현대로템은 전일 대비 거래량이 10배 가까이 급증하며 7.84% 올랐다. 또 일신석재가 18% 급등했고, 이 밖에 LS산전 흥아해운 대한전선 등도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과 대북 송전 관련 기업 등 이른바 남북 경협주는 오락가락하는 양상을 보였다. 개성공단 입주기업인 신원은 이날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전일 대비 15.89% 올랐다. 반면 현대엘리베이터는 장 초반 상승세를 모두 반납하고 4.76% 떨어졌고, 인디에프와 광명전기도 각각 7.14%, 4.44% 하락했다. 이들 종목 대부분이 시총 1조원 미만인 탓에 장 막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자 주가가 밀린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는 벌써부터 통일시대 수혜주 찾기에 분주하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통일공감'이란 리포트를 내고 1990년대 독일 금융시장을 살펴보면 DAX지수는 통일 기대감을 반영해 대체로 상승했지만 지나치게 상승했던 일부 업종은 조정 후 전고점 회복에 3년 이상 시간이 걸렸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민간 투자가 활발하게 이뤄질 업종, 북한 시장 개방과 정부 정책 수혜 업종 등에 선별 투자해야 한다는 게 메리츠종금증권의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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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업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예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철도, 건설, 송전 등 인프라 관련주가 일단 수혜주"라며 "통일 비용을 위한 국채 발행, 민간 투자 지원 등으로 금융업종 역시 양호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경협주는 정상회담 기대감만으로 단기 급등하고 있어 무분별한 추종 매매 시 손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 휴대폰 부품업체인 나노스는 이틀째 상한가를 기록하며 주가가 지난 19일 대비 69%나 올랐다. 대북 경협주로 분류되는 광림이 대주주인 회사다. 나노스는 코스닥 시총 순위에서 8위로 껑충 뛰었지만 지난 18일 주식 분산기준 미달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다.
남북정상회담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크게 개선될 것이란 기대도 아직 이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2000년과 2007년 정상회담 때도 지정학적 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감이 증시에 미리 반영됐다가 재료가 소멸된 뒤 제자리로 되돌아왔다"며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프리미엄이 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양쪽에서 모두 순매도를 기록했다.
지난주 260만원 선을 잠시 넘었던 삼성전자 상승세가 주춤하는 등 대형주가 치고 오르지 못하는 데는 외부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2.96%까지 치고 오르며 연고점을 경신했다. 국제유가(WTI)가 배럴당 70달러 선을 위협하고 있는 데다 미국 고용지표까지 호전되면서 기준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비등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경기는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가 2주 연속 하락했고 글로벌 교역량 둔화도 나타나고 있다"며 "기대감만으로 주식 비중을 늘리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신헌철 기자 / 박윤구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